힙한 전통에 빠진 MZ세대, 오늘의 전통으로 창업하다
K-헤리티지 기반 MZ창업 지원 정책 기대
예술가서 사업가로..‘오늘전통창업’ 새 활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방탄소년단(BTS) 슈가가 ‘대취타’라는 가락과 랩으로 세계를 흔들고, 블랙핑크가 한복 뮤직비디오로 빌보드를 강타하며, 한국적 요소를 기반으로 동서고금 문화를 접목한 퓨전 컬쳐가 득세하면서,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레트로 열풍은 K-헤리티지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성세대의 레트로가 ‘겪은 것을 추억하며 다시 즐긴다’로 요약된다면, MZ세대의 레트로는 ‘겪지도 않은 걸 마치 겪은 듯이 즐긴다’”고 전한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의 진단은 올해에도 유효하다.
▶더욱 강해지는 MZ세대의 전통 향유= 힙한 전통에 청년들이 열광하는 현상은 올해 더욱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셀럽들의 전통문화 프렌들리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K-헤리티지가 산업의 옷을 입으면서 대중의 라이프스타일로 더 깊이 스며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TS, 블랙핑크, 오마이걸, 드라마 ‘파친코’의 김민하 등이 전통문화 활용에 나선 가운데, 최근엔 방송인 유재석이 ‘놀면뭐하니’에서 유야호 캐릭터로 분하면서 머리에 묶은 전통 매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첨단을 걷는 가전제품 광고는 전통 공예품과 함께 우리의 소리를 배경으로 전파를 탄다.
한복을 입고 궁을 산책하거나 전통 식재료로 만든 한식 디저트를 먹는 일상이 K-컬처라는 이름을 달고 SNS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통으로 창업하는 청년들= 젊은 세대들의 전통에 대한 열광은 MZ세대의 창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0년부터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 사업을 펼쳐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에 따르면, 전통문화의 창업 분야는 가구에서부터 전통악기, 한복을 중심으로 하는 패션과 디자인, 전통음식에서 파생된 식품 분야는 물론, 취미와 지식서비스(플랫폼)까지 폭넓은 영역을 자랑한다. 사실상 ‘전통 전 분야 사업화’를 선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대째 한산소곡주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강산주조의 이강산 대표(24세)는 전통으로 창업하는 이유에 대해, “전통을 이어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오래되고 어렵다는 인식을 극복하고 젊은 층을 개입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을 베이스로 가구를 만드는 미스크(MISC)의 배윤주 대표(31세)는 “사업을 통해 한국적인 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조금씩 확장되는 시기를 기회라고 느끼고 있다.“며 전통창업에 대한 K-컬처의 영향력을 언급했다.
▶가치 지향의 MZ, 브랜드 철학 중시= 이처럼, MZ세대가 전통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현상은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사는 소비자가 있게 마련. 소비의 주체가 의미를 중시하는 ‘미닝아웃(미닝+커밍아웃)’ 세대라고 하는 요즘, 사용하는 브랜드를 통해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현하는 특성을 지닌 만큼 브랜드의 역할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문화 분야의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3년간 131곳의 창업 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공진원의 관계자는 “자신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움직이는 MZ세대를 위해서는 지원 사업 하나에도 브랜드 가치와 철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 사업의 경우 의미 전달 이전에 무려 12글자에 달하는 사업 이름으로 사업을 확산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짧고 간결하되 의미를 함축한 브랜드가 필요했다.
▶예술가에서 사업가로, 선명한 브랜드 ‘오늘전통창업’= 전통을 이어간다는 사명감과 한국적인 것에 대한 진정성을 담으면서도, 젊은 세대를 유입할 수 있는 브랜드로 “오늘전통”이 정해졌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말하는 진짜 전통. 여기에 사업의 핵심 지원 분야인 ‘창업’이 더해지면서 ‘오늘전통창업’이라는 사업명이 만들어졌다.
브랜드 로고는 곡선과 직선이 조합된 구조로 전통과 오늘, 그리고 미래를 유연하게 잇는 방법을 보여준다. 메인컬러는 밝고 활기찬 시작을 의미하는 다홍색과, 오래된 가치를 혁신적으로 보는 시선을 담은 파랑색으로 구현했다.
사업 관계자들과 전통문화 청년 대표들의 인터뷰를 통해 ‘전통·개인·작가의 영역에서 사업가로 진화하는 과정을 돕는 것’이라는 브랜드 에센스를 도출했다. 슬로건은 ‘청년이 만들어가는 전통의 힘’으로 선정하며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표현했다.
▶전통문화 청년창업가 본격 지원= ‘오늘전통창업’은 전통문화산업의 창업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목표로 전통문화분야 유망 청년 초기창업기업들을 발굴해 최대 3년간 평균 1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창업기획자를 통해 창업 전문 보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23년 새롭게 지원하는 오늘전통창업 4기는 오는 3월 모집 예정이니 청년들이여, 그 문을 두드려보길 추천한다. 작가나 메이커에서 사업가로 성장하는 등용문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전통분야 창업가가 자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더욱 확대해 가려는 의지가 엿보이니 기대해 볼만하다.
이제 판은 마련되었다. 전통 창업을 꿈꾸는 청년이라면 ‘겪지도 않은 걸 마치 겪은 듯 즐겨보는 건’ 어떨까. [취재 도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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