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가짜' 미 의원, 이번엔 러시아 재벌과 연루

조지 샌토스 공화당 하원의원
WP "제재 대상 러시아 재벌 사촌에
수만 달러 정치자금 받은 의혹"

조지 샌토스 미 공화당 하원의원. EPA 연합뉴스

가짜 학력과 경력 등을 내세워 의회에 입성해 사퇴 압박에 직면한 조지 샌토스 미 공화당 하원의원이 러시아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러시아 신흥 재벌의 사촌으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샌토스가 미국 국적의 사업가 앤드루 인트레이터와 그 부인으로부터 각각 5,800달러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와 관련된 각종 선거위원회는 이들 부부로부터 수만 달러의 정치 자금을 받기도 했다. WP는 샌토스가 2020년 정치에 입문할 당시 인트레이터와 사업으로 관계를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때 샌토스가 근무했던 투자사에 인트레이터가 수십만 달러를 예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인트레이터는 한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던 인물로, 미 정부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 빅토르 벡셀베르그의 사촌으로 알려졌다. 벡셀베르그는 러시아 에너지 산업의 핵심 인물로 2018년 미 재무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WP는 "인트레이터가 운영하는 콜럼버스 노바는 미국 투자 회사지만, 2018년 기준 최대 고객은 벡셀베르그의 사업체였다"고 전했다. 특히 인트레이터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를 돕기 위해 러시아가 개입한 정황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마이클 코언과도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WP는 "34세의 샌토스와 60세인 인트레이터의 관계는 샌토스가 공직을 위해 어떤 식으로 후원자를 탐색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샌토스 의원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이 브라질 이민자 2세로 '아메리카 드림'의 화신이라 강조하며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그는 뉴욕시립대 바크루 칼리지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 월가 투자은행에서 일한 인재라며 표를 호소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가 그의 대학 졸업과 경력이 가짜라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거짓이 들통났다. 이후 정계 내부에서도 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