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2400선 넘어선 코스피… 훈풍 이어질까 [한강로 경제브리핑]
새해 들어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며 장중 2400선을 넘어섰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실적 부진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완화 전망과 중국 경제 반등 기대감 등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뚜렷해짐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세계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이 같은 주가 상승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의 가입기준을 현재의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3.77포인트(0.58%) 상승하며 2399.86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일 2218.68을 기록하면서 2200선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으나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달 14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장중 2400선을 회복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매수세가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2조8839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개인의 2조9699억원 순매도를 소화했다. 이날에도 외국인은 장중 2400억원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4분기 ‘어닝쇼크’(실적 부진)를 기록하면서 올해 주식시장의 험난한 길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연초 주식이 반짝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 물가 상승률 둔화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완화가 예상되는 점이 외국인들로 하여금 신흥시장인 한국에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올라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화에서 “미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긴축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것이 첫 번째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상승 폭을 0.25%포인트로 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달러’의 가치를 상징하는 연준 기준금리 상승 폭이 줄어들면 자연히 달러 가치도 낮아진다. 한때 1400원대를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들어 1200원대까지 내려왔고,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6.0원 내려간 1235.3원에 마감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달러 강세가 종료되니 아무래도 위험 선호 쪽으로 투자심리가 바뀌고 그러다 보니 신흥국 쪽으로 투자비중이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에 들어선 중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2분기부터 회복 곡선을 그리며 연 5%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호재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계속 오름세를 탈지는 미지수다. 올해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에 따라 한국 경제성장률은 1%대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 사이클보다 주가가 더 먼저 움직이긴 하지만,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가만 오를 수는 없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가상승으로 인해 실물경제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실물경기 악화나 기업실적 둔화 같은 부분이 좀 더 주가에 흡수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의 가입기준을 현재의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가 정무위원회 여야 법안소위 위원들에게 공유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공시가격 9억원 이하로 설정된 주택연금 가입 가능 주택 가격 상한을 완화 또는 폐지하자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등의 주택금융공사법안에 대해 일부 수용 의견을 냈다.
금융위원회는 “공시가격 상승 추이 등을 고려해 더 많은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 기반 마련을 위해 공시가격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해야 한다”며 “소득과 자산이 부족한 고령자의 생활비 보조라는 주택연금의 도입 취지 및 한정된 재원을 고려할 때 급격한 가입기준 완화보다는 점진적으로 가입 요건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 기준이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과는 괴리가 있는 현실을 고려한 판단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전체값을 큰 순서로 늘어놓았을 때 정 가운데 값)은 10억3833만원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주택 가격의 상한을 시행령에 위임하거나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은 입법 정책적인 문제지만 공공기관 자금을 활용한 초장기 상품인 주택연금의 특성상 가입 요건은 안정적이고 예측할 수 있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점과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지원은 국민, 국회 등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불거진 테라·루나 사태 등 가상자산시장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가상자산 정의, 투자자 자금 보호, 불공정거래 방지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수 사항을 담아 우선 입법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에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정의를 기존의 특정금융정보법에 준해 적용하고 가상자산 이용자의 예치금은 고유재산과 분리해 신탁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상자산 명부 작성 및 해킹·전산 사고 등 사고 보상에 대비한 보험 가입 등도 규정할 방침이다. 불공정거래 위험성이 높은 자기 발행 가상자산의 거래를 제한하고 불공정거래 부당이득은 철저히 환수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연간 5만달러(미화)로 설정된 외환송금 거래의 ‘문턱’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유학이나 여행, 개인 간 송금 등 개인의 일상적인 외환거래는 사전신고 대신 사후보고로 전환된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신(新)외환법 기본방향을 이달 말쯤 발표할 예정이다. 신외환법은 기존의 외국환관리법이 현재 우리 경제규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외환 당국이 새롭게 준비 중인 법령이다.
우선 해외 유학이나 여행 등 개인의 외환 거래 과정에서 사전신고 의무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국환 거래법상 건당 5000달러까지 해외 송금은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이를 넘어설 경우 거래 외국환은행을 지정한 뒤 송금해야 한다. 특히 외국환 송금 규모가 해당 연도 기준 5만달러를 넘으면 외국환거래은행 영업점을 통해서만 송금할 수 있다. 이때 송금에 앞서 사유와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류를 사전 신고해야 한다.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쓸지 사전에 신고해 받아들여져야 송금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령 4인 가족이 유학 목적으로 미국에 1년간 체류할 경우, 초기 정착비로 월세 보증금과 차량구입비, 학교 입학금 용도로 송금 금액이 5만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크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 송금 이후 매매가 이뤄지는데, 매매 전에 거래를 서류상에 증빙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신고 접수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 인감증명서, 출입국사실증명 등 여타 서류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5만달러가 문턱으로 작용하는 배경이다. 만약 신고 누락이 적발되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벌금,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정부는 이런 사전신고 원칙을 없앤다는 원칙이다. 일상적인 외환거래의 경우 유형이나 상대방, 규모 등만 사후신고하면 된다.
다만 사전신고해야 하는 거래는 법률에 규정된다. 법상 열거된 거래 형태가 아니면 사후통보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대규모 외환 유출입 등 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거래, 당국의 사전 인지가 필요한 거래, 사후 변동사항을 지속해서 파악해야 하는 거래 등 여러 기준에 따라 신고 대상 거래를 별도로 분류할 예정이다. 또 은행으로 한정된 외국환 거래기관은 모니터링 역량 등 기준을 충족한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다. 외국환은행과 투자매매업자, 소액해외송금업자 등에 따라 제각기 다른 송금 한도 규제는 통일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다만 “구체적 개편 방향은 현재 검토 중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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