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대통령의 다단계 왕국]③17억이 1700만원 돼도…'벙어리 냉가슴' 신세
[편집자주] [편집자주] 2018~2021년 테헤란로는 코인 다단계 세력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인근 카페에서 은퇴족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할뿐 아니라 서초·신논현역 등에 사무실을 두고 적극 영업에 나섰다. 그 중심에 '코인 대통령'이라 자칭하던 '심○○(59)'이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이렇게 얻은 인맥과 자본으로 코인 다단계 조직을 꾸린 인물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심 씨의 다단계 조직은 수십여 개의 코인 프로젝트 재단을 운영, 수조원의 부를 축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1>은 당시 심 씨의 코인 다단계 함정에 빠졌던 투자자들을 만났다. 현재 일부 피해자가 심 씨를 상대로 한 형사 소송을 진행 중으로, 오는 2월 9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뉴스1>을 만난 투자 피해자들은 다들 원금 복구를 위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유명 연예인·정치인·유수의 기업 또한 해당 코인에 투자했고 유동성이 공급될 것인 만큼 코인 가격을 '펌핑'해 수익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에 넘어갔다. 투자자들은 법적 조치를 취하고자 해도 여력 부족으로 포기하거나,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가 어려워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원복' 원하면 기다리라…투자자들, 대기업·큰손 언급에 침묵
투자자들은 사기 행각을 인지한 이후에도 원금 복구를 위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심씨 측이 코인 펌핑(가격상승)을 여러차 시사해온만큼, 원복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참지 못한 투자자들이 심씨의 사무실을 찾아 여러차례 항의하자 시세조작(MM)을 위한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세상물정에 어두운 이들에게 대기업과의 연이나 정치인, 연예인 이름 등을 거론하며 '기다리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SK '시럽'과 2018년 10월 19일 계약하며, 해당 계약이 '더마이다스터치골드(TMTG)' 코인의 가격을 펌핑하는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연말까지 4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피해자 A씨는 "빗썸 거래소에 세력이 6팀이 들어와 있다, 그게 아니라 사실 본인들이 세력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많이 바꿨다"라며 "'설거지'라고 표현하며 투자한 돈으로 가격을 펌핑한 후 탈출하자고 현혹하기도 했다"라고 토로했다.
심씨뿐 아니라 다단계 판매총책의 복구 약속을 믿었다는 이들도 다수였다.
판교에 거주중인 피해자 B씨는 "판매총책도 2018년 (코인 투자에) 물렸다가 (재단에) 들어왔다며, 손실난 걸 다 메꿔주겠다고 얘기해서 믿었다"라며 "법이 없어서 사기로 처벌하기도 어려우니 조금이나마 건져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항변한 투자자들에겐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보상코인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나왔다.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본인들이 판매한 코인에 대한 대금조로 이더리움이나 현금을 교부했다. 자금 조달책의 야반도주로 스테이킹 서비스를 비롯해 가격 복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이들은 투자자에게 '합의서'를 작성할 것을 종용했다.
이들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합의서에는 차후 문제제기를 막는 독소조항들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합의서에 따르면 "합의자1(LBXC재단, TMTG 재단 등) 전체를 대표하는 심○○이 PRIME MARKET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회수 가능할 비용이 피해 금액에 극히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수습을 진행하는 것에 대하여 합의자2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최대한 협조하며 이에 합의한다", "합의자2(투자자)의 대표 및 연명부에 날인한 자들은 향후 합의자1과 관련된 업체 및 관계자들에 대하여 온라인(각종 SNS를 포함한 인터넷매체 전체) 및 오프라인을 통하여 비방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고 위반시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데 동의한다"라는 조항이 포함됐다.
투자자 C씨는 "본인은 비싼 변호사를 쓰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고소를 하려면 해라, 대신 합의서를 주지 않으면 보상코인은 없다 해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서를 작성했다"라며 "이런 일이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코인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합의서로 법적 문제제기를 하기도 순탄치 않은 상황. 속을 끓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도 있었다. 한 투자자는 TMTG, LBXC에 투자 후 원금 복구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중, 재단 측이 프로젝트를 매각한다는 소문을 듣고 숨진 채 발견됐다.
◇1심 재판부 "대규모 투자금 유입 가능성 없었다"…오는 2월 2심 결론
현재 심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로 기소돼 2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투자 피해자 1인이 진행하고 있는 소송이다. 투자자들 대부분이 1원 이하로 가격이 떨어진 코인을 보상조로 받거나 여력이 없어 소송을 포기했다.
앞서 심씨는 2020년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TMTG 코인의 실질적인 가치가 없었고, 대규모의 투자금이 유입되거나 실생활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코인의 거래량을 조절할 수 있는 피고인의 인위적인 조작 없이는 코인의 가치가 단기간에 폭등할 가능성이 없었으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코인을 매도하면서 1개월마다 10%의 코인만 판매할 수 있도록 일명 '타임락'을 걸어 두어 피해자가 코인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한 상태에서 자신이 보유한 코인의 거래량을 조절해 이익을 챙길 계획이었다"라며 "타임락이 해제된 코인이 시장에 나오면 공급이 폭증해 코인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라고 지적했다.
심씨가 투자자들을 기망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금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던 것 또한 없는 사실이라고 봤다. 심씨의 주장처럼 마카오 선씨티가 해당 코인에 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피고인이 제출한 선씨티 이덕봉 부회장 등과 찍은 사진 또한 공식적인 자리로 보이지 않으며 이 부회장인지 확인이 어렵다고 봤다.
투자 피해자 A씨는 "현재 피고인은 유수의 로펌을 선임해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라며 "피해자에게 사기 쳐 모은 돈으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게 말이 되는 처사인가"라고 토로했다.
해당 재판은 오는 2월9일 최종 선고가 예정돼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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