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이해영 감독 "女 캐릭터 활약? 박차경의 이야기라서" [인터뷰]②
영화 ‘유령’으로 정점의 영상미를 보여준 이해영 감독이 특별히 이 작품에 많은 공을 들인 이유다.
이해영 감독이 ‘독전’ 이후 신작 ‘유령’으로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그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유령’의 기획부터 촬영 뒷이야기들을 솔직히 전했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다.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서현우, 박해수 등 캐스팅 조합과 ‘독전’ 이해영 감독의 연출로 일찌감치 기대작에 올랐다.
중국의 원작 추리소설을 각색한 작품이지만, 추리극보단 스파이 액션극의 형태를 더 많이 띠고 있다. 이해영 감독은 “원작은 분명한 밀실 추리극의 장르를 갖고 있으나, 추리 장르가 저에게는 이 영화를 만들고 싶은 큰 동기로 다가오지 않았다”며 “추리를 완전히 배제해야 비로소 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잇겠다고 생각했고, 유령이 누군지 밝히기보단 유령의 이야기로 이 극을 열고 싶었다”고 연출 취지를 전했다.
‘유령’에서는 이하늬, 박소담, 이솜 등 여성 캐릭터들의 액션 활약이 특히 돋보인다. 실제로 이해영 감독은 ‘유령’에서 설경구와 이하늬의 액션 대결 신을 두고 “성별의 대결이 아닌 캐릭터와 캐릭터 간 대결구도로 비춰졌으면 했다”며 캐릭터의 성별을 최대한 관객들이 인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면을 기획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극 중 박차경(이하늬 분)이란 인물의 시점을 따라 이야기를 구성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박차경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박차경이 한 명의 동지를 잃고 새로운 동지를 얻는 과정들을 그리게 됐다. 끝내 대의를 성공시켜 작전을 수행하기까지 다르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여성 캐릭터들이 자연스레 강조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1933년 일제의 민족말살통치 시대를 배경으로 암울한 시대상을 다뤘다. 하지만 ‘유령’에서는 어두운 시대 현실과 대비되는 강렬한 색감의 배경과 의상, 화려한 영상미로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을 압도한다. 무라야마 쥰지로 ‘유령’에 출연한 설경구의 말을 빌리면 ‘정성스레 한 장면 한 장면을 손수 닦아냈음’을 느낄 수 있다.
이해영 감독은 ‘유령’의 비주얼과 미쟝센에 특별히 공을 들인 이유를 묻자 “기본적인 천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영화에 담기는 모든 것들이 관객들에게 시각 충만한 경험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다만 그는 “기존에는 영화의 모든 장면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며 이를 집착했지만, ‘유령’에선 결코 스타일과 미쟝센이 우선순위였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운동가들의 싸움과 투쟁의 삶은 그 자체로 찬란히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며 “대의를 위한 희생이란 거국적 메시지 이전에 그들만의 찬란한 감정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 비주얼과 미쟝센들을 동원한 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작들에서 전하고 싶었던 모든 요소들을 총집합한 작품이 ‘유령’인 것 같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이해영 감독은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결국 제가 작품을 통해 늘 이야기 하고 싶던 것은 캐릭터”라며 “캐릭터를 어떻게 담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각 배우들의 매력과 연기력을 편안히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더 재미있게 다양한 캐릭터들을 표현해나가고 싶다. 이를 통해 ‘아, 이 배우에게 이런 얼굴도 있었구나’ 칭찬을 듣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말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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