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대법관, 학부논문 표절로 '가닥'…사퇴 압박에도 버티기

한때 대법원장 유력 후보…대학측, 교육부에 최종 처분 맡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첫 여성 대법원장 물망에 올랐던 현직 대법관이 대학생 시절 논문 표절 파문으로 대법원장 고배를 마신 것은 물론 대법관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밀레니오와 엘우니베르살에 따르면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 아라곤고등연구 학문적 청렴 위원회는 최근 "1987년에 정교하게 작성된 논문은 1986년 먼저 발표된 법학부 학생 논문의 실질적인 사본"이라고 판단했다.

1987년 저작물은 야스민 에스키벨(59) 대법관의 학부 졸업 논문을, 1986년의 것은 에드가 울리세스 바에스 구티에레스(현직 변호사)의 논문을 각각 뜻한다.

위원회는 또 두 논문 지도교수가 동일하다는 점을 적시하며 "학부 지도 과정에서의 대학 윤리 준칙 및 제도적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음을 문서로 밝혀둔다"고 덧붙였다.

대학 측은 최종 처분을 위해 위원회 판단 결과와 그 근거를 교육부에 보냈다고 전했다.

엔리케 구라우에 멕시코국립자치대 총장은 "논문 표절 때문에 학위를 무효로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에스키벨 대법관의 학부 학위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장 유력 후보로 꼽히던 에스키벨 대법관은 대법원장 선출을 앞두고 터진 논문 표절 논란 속에 동료 대법관들 지지표를 받지 못했고, 결국 '첫 여성 대법원장' 타이틀은 노르마 루시아 피냐 에르난데스(62)에게 돌아갔다.

야당을 중심으로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 정책에 비교적 관대한 판결을 내린다는 평을 받는 에스키벨 대법관에 대해 연일 사퇴 압박을 하고 있다.

2021년 여당에서 탈당한 헤르만 마르티네스 상원의원은 "(에스키벨 대법관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며 "멕시코국립자치대와 사법부, 그리고 우리나라는 존경받을 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키벨 대법관은 밀레니오에 "나는 부끄러워할 것이 없다"며 사임 요구를 일축한 뒤 "흠잡을 데 없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원래 하던 대로 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학 측으로부터 소명 절차에 대한 통보도 없었다고 항변한 그는 "내가 논문 저자임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에 대해서도 검토하지 않았다"며 교육부로부터 관련 연락을 받으면 성실히 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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