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부동산시장 꽉 누른 '금리의 힘' 언제까지?

나원식 2023. 1.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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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 가능성…'금리 공포' 완화할까
저성장·전세대출 등으로 '금리' 존재감 커져
"결국 소득 늘어야" vs "고금리 익숙해질 것"

"금리 앞에 장사 없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문장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 표현을 써가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거라고 전망했는데요. 부동산 정책을 이끄는 수장조차 언급했을 만큼 금리가 국내 주택시장의 '절대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명의 위원이 '동결' 의견을 냈다는 점, 또 한은이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존의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라는 문구를 '긴축 기조' 유지라는 문구로 바꿨다는 점 등이 그 근거로 꼽힙니다.

역사상 가장 빨랐다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을 내릴 수도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그간 국내 주택시장을 꽉 억누르던 '금리 공포' 역시 점차 완화하게 될까요?

저성장에 전세대출 활성화…존재감 커진 '금리'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금리가 오른다고 집값이 무조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과거 금리 인상기를 살펴보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던 지난 2010년을 살펴볼까요. 2010년 7월에 기존 2%였던 금리를 2.2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1년 만에 총 5차례에 걸쳐 금리를 3.25%까지 올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집값은 최근의 흐름과는 반대로 되레 올랐습니다.

그때는 기준금리와 집값이 함께 올랐는데 왜 이번에는 두 지표가 반대로 가고 있는 걸까요.

지난 금리 인상기 집값 추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전문가들은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금리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우선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가 침체의 흐름을 보이는 데도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힙니다.

통상 기준금리는 경기가 활성화한 시기에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리를 올려도 수요자들의 소득은 그보다 더 오르니 '체감'이 크지 않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한다면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린다고 해서 소비가 곧장 위축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데다가 우리나라 역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영향으로 '금리'의 존재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정부(기획재정부)조차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제시했을 만큼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만약 금리가 5% 올라도 소득이 10% 오르면 금리 인상분을 상쇄하고도 남겠지만 우리나라는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소득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니 금리의 변수가 더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금리인상기 집값 추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오랜 저금리 환경에서 맞닥뜨린 급격한 금리 인상이 수요자들의 심리를 위축한 영향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큰 틀에서 지난 2010년대 초반 이후 약 10년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2015년 이후부터는 기준금리가 1%대 이하로 이어져 왔으니 저금리 시대가 당연한 듯 여겨졌습니다. 그러다가 단기간에 갑작스럽게 금리가 오르니 수요자들이 적응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저금리를 겪어 왔는데 갑작스럽게 고금리로 전환이 되니 수요자들의 인식이 금리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전세대출이 활성화하면서 금리의 영향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송 대표는 "과거에는 금리 인상 등으로 매매가 부담스러우면 전세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전세를 선택해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전셋값도 급락하고 매매가격 역시 동반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 내려도 소득 늘어야 거래 살아날 것"

그렇다면 올해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텐데요. 이런 '고금리'의 영향에 시장은 계속 위축할까요.

우선 금리 인상이 멈추더라도 존재감은 여전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특히 저성장이 지속하는 한 침체 흐름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인데요.

서 교수는 "금리가 동결 혹은 하락하더라도 글로벌 경제와 국내 경기가 활성화해야 침체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소득이 증가해야 금리의 영향도 적어지고 수요도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 대표 역시 "앞으로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집값이 일정 수준까지 떨어지기 전에는 금리가 높다는 인식에 거래절벽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게 수요자들이 고금리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의 금리 수준에 익숙해지는 만큼 수요 심리가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특히 금리의 영향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정부 정책 역시 효과를 내기 시작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지난해의 경우 금리 인상 속도가 워낙 빠르니 일종의 '긴축 발작'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올해 역시 금리가 주요 변수가 되겠지만 수요자들이 점차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고 정부가 전향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거래는 지금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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