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요리사의 덫'에 갇혔나? 러, 솔레다르 점령의 이면
[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여전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솔레다르에서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승리는 지난해 7월 이후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전세가 불리해지기 시작한 이래로 러시아군이 점령한 도시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러시아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솔레다르 지역 점령에는 레스토랑을 인연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푸틴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신임을 얻어 최측근으로 부상해 '푸틴의 요리사'라고 불리는 에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이 수장인 용병부대 '와그너(Wagner) 그룹'이 큰 공을 세웠다.
감옥 죄수까지 끌어들이는 와그너그룹…프리고진, 러시아군 지휘부 맹비난하며 공개 행보
이처럼 러시아의 민간 군사기업(PMC), 정규군이 아닌 용병인 와그너그룹이 러시아군이 6개월 동안 할 수 없었던 것을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러시아 내부의 역학관계를 보여준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와그너그룹의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와그너그룹은 현재 5만명 정도의 병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그너그룹은 프리고진과 체첸 전쟁에 참전한 전직 군 지취관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2013년 창설했다. 와그너그룹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하는 데도 공을 세웠다. 이들은 이어 시리아와 아프리카의 분쟁 등에 참여해 친러시아 세력을 지원했다. 또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명분으로 삼았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는 것을 돕기도 했다.
현재 와그너그룹은 에스토니아 의회와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상태다.
창립 당시에는 전직 군인들, 특수부대 출신 등으로 구성됐던 와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 교도소를 돌며 죄수들까지 용병으로 모집하고 있다. 특히 와그너그룹은 재소자들에게 월급과 6개월 참전 후 사면까지 약속해, 러시아 정부의 지원이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무려 83명을 살해해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미하일 포프코프가 "와그너그룹의 용병으로 참전하고 싶다"고 러시아 국영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현재 와그너 그룹 용병 5만명 중 4만 명이 죄수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와그너그룹의 존재는 푸틴에게 매우 유용했다. 지난해 러시아 정부가 '30만명 부분동원령'을 발동하기 전까지 러시아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푸틴 입장에선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쟁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권력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와그너 부대와 같은 용병부대는 공식적인 러시아군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사상자는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앞서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친러시아 세력을 지원하는 군사작전의 수행을 국민들 모르게 수행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됐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와그너그룹이 역으로 러시아군을 압박하는 존재로 작용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는 크게 공개적인 행보를 하지 않았던 프리고진은 지난 10월 도네츠크 리만을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했을 때 "나는 이 XX를 발가벗겨서 기관총을 돌려 최전방에 세우고 싶은 마음"이라며 러시아군 지휘부를 맹비난했다. 이처럼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의 무능을 비난하는 강경주의자들의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의 주장과 달리 솔레다르 점령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미국은 주장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바흐무트와 솔레다르가 모두 러시아에 함락되더라도 전쟁 자체에 전략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그너그룹이 러시아군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확인한 우크라이나군은 의도적으로 이들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와그너그룹의 본부 역할을 했던 러시아 점령지인 루한스크 카디프카의 호텔, 멜리토플 점령지 등을 공격했다.
와그너그룹과 러시아군 갈등설 불거져…푸틴 대변인 "갈등설은 정보조작 산물" 진화 나서
이런 가운데 프리고진은 솔레다르 점령 후 러시아의 강경론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러시아군을 공개 비난하고 나서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이 16일 직접 해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들 사이의 갈등설은 기자들과 군 블로거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면서 "이는 정보조작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군대에서 복무하는 영웅들과 와그너의 영웅들에 대해 모두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솔레다르 인근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유튜브 영상에서 와그너 그룹에 대해 "그들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군대"라고 자랑하면서 러시아군의 장비 부족, 열악한 훈련 등에 대해 비판했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
[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대통령 "중동이 돌파구"…'핵 세일즈' 총력
- 일본 기업, 강제동원 피해 배상 요구에 "이미 해결"
- 나 누구? 여긴 어디??
- 러, 대함 미사일 공습으로 주민 사망 35명, 최소 30명 잔해 갇혀
- 국민의힘, 두차례의 '필승 방정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 한국 복지는 이렇게 말한다 "모멸 견뎌봐, 그럼 돈을 줄게"
- 독일 탄광 확대 소식에 거세지는 기후시위
- '가치외교'한다는 윤석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않는다는 바이든
- 野, 尹정부 강제징용 해법 총공세…이재명 "자해적 외교 중단하라"
- 안철수 "나경원·윤상현과 뜻 같다. 결선투표로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