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비단강 개발에 대한 소모적 논쟁 최소화해야
'개천의 준설이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대해 답하여라' 조선왕조실록 영조 30년(1754년) 3.25자 기사 내용이다.
영조는 재위 기간중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사대문을 동서로 관통하는 청계천의 준설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조정에서 과다한 노역과 재정·자연훼손 등을 이유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급기야 명정전 과거시험장에 친히 나가 위와 같은 책문을 제시하였고 준설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개진한 유생 이담(李潭)에게 으뜸상을 수여하고 격려하였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군왕의 통치 요체였다 조선 왕조실록에 비를 내려달라는 기우제 기사가 1660건, 비를 그치게 해달라는 기청제 기사가 189건이나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임금들이 얼마나 물관리에 노심초사 하였는가 알 수 있으며, 역사상 현군(賢君)으로 평가되는 태종, 세종, 영조는 제례의식을 넘어 대대적인 하천 준설을 통해 한양의 홍수를 조절하고 용수를 확보 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다시 말해 민초들의 어려움을 간파하고 여러 가지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역사를 일으켜 백성들의 편익을 위해 하천을 개발하고 활용하였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영조는 1760년 57일간 21만 5000명을 동원해 청계천의 수로를 직선으로 변경하고 토사를 걷어내며 양안에 대규모 석축을 쌓는 준설사업을 단행해 수도 한양의 각종 재해와 재난을 예방함으로써 오늘날 서울이 거대 문화도시로 발전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최근 세종시를 관통하는 비단강(금강)개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최민호 시장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세종보 존치와 함께 강유역 개발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전략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마당에 세종의 젖줄인 비단강을 수로로만 이용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처사라는 점에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는 미래를 지향한 획기적인 공약임에는 틀림이 없다.
공실·노잼 도시의 오명을 씻을 수 있고, 경제·관광 활성화 등 부수적인 효과는 물론 시민들의 여가공간 활용 등 편익도 대단하다. 최근 언론에 발표된 '살기 좋은 도시'조사결과 세종시가 문화·여가 부문에서 과천시에 뒤져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지만,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면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부상할 것은 자명하다.
서울이 88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후 한강개발을 본격화 하면서 고수부지와 공원을 조성하고 유람선을 띄우고 올림픽대로를 건설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국제적 도시로 성장했듯이 세종도 2027년 U대회 공동유치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강 주변은 상전벽해가 되어 미래 전략도시 세종의 진가를 높여나갈 것이다.
비단강 개발의 성공 열쇠는 세종보 존치에 있다. 강에 물이 없다면 천문학적 예산을 들인 보행교도 흉물이 될 것이고, 시민 여가 공간과 관광인프라 구축도 의미를 잃게 될 것이며, 강물을 끌어 수량을 유지하고 있는 시의 대표하천 제천·방축천도 건천이 되어 철새와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자태를 잃게 될 것이다.
필자가 하천개발의 역사를 되짚으며 선조들의 지혜를 동원한데는 비단강 개발에 대한 소모적 논란을 최소화 하자는데 의미가 있다. 자칫 정략적인 진영논리가 개입되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인해 용두사미가 된다면 세종시로서는 경제발전과 국제적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세종시도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최 시장이 당선됨으로써 비단강 개발에 대한 범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자만하지 말고, 일각의 우려를 반영해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고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이견을 줄이는 지난한 작업을 감내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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