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탄소발자국’, 호주산이 한우 갑절이나 된다고?
②나라마다 메탄 배출량 다른 이유
우리 상식을 깨뜨리는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
사육 방식·먹이·도축 월령에 따라 ‘천차만별’
소고기의 원산지에 따라 탄소발자국이 크게는 14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 소고기인 한우는 호주산 소고기 탄소발자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얼마나 탄소를 배출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16일 이학교 전북대 교수(동물생명공학) 등이 지난 3월 학술지 <한국동물유전육종학회지>에 쓴 논문을 보면, 한우 소고기 1㎏을 생산하는 데 배출된 온실가스는 13.9㎏CO 2eq(이산화탄소환산량)으로 세계 평균의 54% 수준이다.
연구팀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17년 각국의 가축 소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산정한 통계를 분석했다. 소가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사육방식과 기술에 따라 배출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분석한 것은 ‘소와 소 부산물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다. 첫째는 트림과 방귀로 나오는 메탄이고, 둘째는 소 배설물(분뇨)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다.
소는 풀을 반추위에 넣어 되새김질하는데, 이때 미생물이 풀을 소화하면서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의 95%는 트림으로, 나머지 5%는 방귀로 대기로 방출된다. 둘은 온실가스로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소화가 잘되면 메탄 발생량이 줄어들고, 늦어지면 발생량이 늘어난다. 방목지의 거친 풀보다는 한우처럼 부드러운 곡식 사료를 많이 먹는 소의 메탄 배출량이 적다. 방목 소는 운동량이 많아 많이 먹고, 메탄도 많이 배출한다.
사육 기술도 변수다. 소의 유전자, 먹이·사료의 품질과 급여 수준이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소화 능력과 배설량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탄소발자국, 국가 간 14배 차이…축산 기술 격차
소가 도축되는 월령도 마찬가지다. 몸집이 작은 어린 나이에 도축될수록 메탄 발생량은 줄어들고, 덩치 큰 채로 오래 살면 발생량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학교 교수는 “미국, 유럽의 소는 도축 월령이 대개 20개월 안팎이어서 메탄 배출량이 적다”며 “반면 한우는 고기에 지방을 만들기 위해 다 키워놓고도 조금 기다려 30개월에 도축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마블링’을 중시하는 선호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소가 똥을 얼마나 많이 누는지, 그리고 축산분뇨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변수가 된다. 즉, 실내에서 부드러운 곡식 사료와 높은 품질의 영양 제공 그리고 적절한 시기의 도축이 온실가스 저감에 좋다고 볼 수 있다.
세계 평균으로는 소고기 1㎏당 25.5㎏CO 2eq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가장 낮은 나라(네덜란드)와 높은 나라(에티오피아)가 14배가 날 정도로 차이가 컸다.
네덜란드는 9.8㎏, 미국은 11.9㎏, 한국은 13.9㎏밖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반면 에티오피아는 141.5㎏으로 가장 높았고, 브라질 34.6㎏, 오스트레일리아 24.5㎏, 뉴질랜드 16.0㎏을 기록했다. 세계 평균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의 탄소발자국은 54.4다.
이학교 교수는 “미국은 소를 방목하지만, 도축 3∼6개월 전에 곡물을 먹인다”며 “100년 이상 사육과 육종 기술이 축적했는데, 말하자면 200년 동안 끊임없이 개량한 엔진 효율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에티오피아의 소고기 탄소발자국이 높은 이유는 뒤처진 사육 기술 때문이고, 상대적으로 탄소발자국이 높게 나타난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는 방목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2017년 국내 호주산 소고기 소비량은 한우 소비량의 63%밖에 안 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10% 더 많다.
이 교수는 “유럽연합에서 시행할 예정인 탄소국경세 대상에 소고기도 적용될 경우, 유럽연합은 역내의 소고기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할 이유가 없어 호주산 소고기의 경쟁력도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국경세는 수입 제품의 탄소 배출량이 자국의 기준을 초과할 경우 그만큼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다.
나라마다 ‘메탄 배출계수’ 연구 경쟁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자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다 산정되지 않도록 연구에도 정책 역량을 투입한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한우의 정확한 탄소 배출량을 외국과 비교하지 못했는데, 이 교수의 연구로 현재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농축산식품부는 한우와 젖소 등의 한국 고유의 메탄 배출계수를 구하고 있다. 배출계수란 소 한 마리당 배출하는 표준 메탄양이다. 배출계수에 그 나라의 소 개체수를 곱하면 배출량이 산정되는 것과 같다.
한국은 현재까지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지침에 따라 북미 기준 성우의 메탄 매출계수(Tier 1)를 써왔다. 이 기준으로는 한우 한 마리당 일년 메탄 배출량이 64㎏으로 계산된다.
나라별 사육 환경과 기술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 나라에서는 자체적인 국가 고유 배출계수(Tier 2)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우와 젖소 각각 3종의 배출계수를 개발했지만, 아직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적용하진 않았다. 국내에서 개발한 한우 농가에 맞는 메탄 배출계수에 따르면 암소는 47㎏, 수소는 1살 이상이 61㎏이다. 이 배출계수를 적용하면 기존 배출계수를 쓰는 것보다 배출량 22%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사람과 동물, 자연을 아우르는 ‘다종간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요? 다음 회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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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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