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에코페다고지-생태적 삶의 교육

유현주 미술평론가·한남대 연구교수 2023. 1.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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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국제교류플랫폼사업과 관련해 유럽에 다녀왔다.

필자는 '생태예술 및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전시와 교육을 한 경험이 있는 예술기관들과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고자 했다.

그리스어 페다고지(Pedagogy)에서 나온 말로써, 이는 예전에 그리스 교육노동자(당시는 귀족을 제외한 교육인도 노예에 속함)가 아이들에게 삶의 모든 기술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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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주 미술평론가·한남대 연구교수

얼마 전 한국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국제교류플랫폼사업과 관련해 유럽에 다녀왔다. 필자는 '생태예술 및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전시와 교육을 한 경험이 있는 예술기관들과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고자 했다. 주로 영국과 독일의 기관과 교육자에 한해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교수인 데이비드 할리(David Haley)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그는 생태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매우 남다른 삶의 행보를 보여준 작가였다. 1990년대 생태(eco)라는 말이 생소한 그 시절, 할리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맨체스터국립대학에서 석사과정으로 '환경으로서의 예술'을 공부했다. 훗날 교수가 된 그는 대학에서 '우리의 미래 만들기(Making Our Futures)'라는 과목을 만들었고, 이 수업을 광저우의 파인아트 아카데미, 종구안 기술대학, 시추안 파인아트 인스티튜트에서도 방문 교수로서 진행했다. 갤러리 유리뿐 아니라 집 벽에 환경에 관련한 시를 쓰는 작업을 학생들과 실천하기도 했으며, 많은 토론과 사례 발표 등이 그의 수업이었다.

그의 학생 중에는 콩으로 고기를 만드는 식량 개발에 성공해 현재는 영국의 큰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할리가 '생태학적 실천(Ecology in practice)'이란 코스를 만들어 맨체스터대학의 학부 교원과 학생들로 구성된 학제적 리서치 그룹을 촉발했다는 점이다. 과학과 문학, 예술, 건축, 음악 등 다양한 학문 분야가 모여서 생태학적 실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제안하는 일은 현재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우리의 대학 시스템을 비교하자면, 실상 학제적 연구를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이나 그룹은 많지 않은 편이다. 또 환경을 고민하는 예술 수업도 거의 전무하다.

데이비드 할리는 자신의 직업을 에코 페다고그(Eco-pedagogue)라고 부른다. 그리스어 페다고지(Pedagogy)에서 나온 말로써, 이는 예전에 그리스 교육노동자(당시는 귀족을 제외한 교육인도 노예에 속함)가 아이들에게 삶의 모든 기술을 가르쳤다. 그가 말하는 에코 페다고지는 교육기관 밖의 삶의 교육으로, 우리가 믿도록 배운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아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뿐 아니라 문화 위기에 대해서, 나아가 인류의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의미라고 하겠다.

필자는 할리의 교육방식을 듣고서, 다만 인류세의 시대에 무엇이 문제이며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통합적 수업이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가 자문해 본다. 지난해 여름 필자는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와 베니스 비엔날레에 다녀오면서 동시대 예술이 점점 환경과 미래에 대한 주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행성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우리의 삶과 문화는 어떤 방식으로 변해야 하는지, 우리는 이제 의무적으로라도 물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을 보면서 인간이 살 수 없는 지구를 떠나 판도라 행성을 개척하고 지구화 시키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아마 그곳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행성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유현주 미술평론가·한남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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