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방 안에 앉아 하버드 대학의 강의를?
약 4년 전에 우연한 기회로 MOOC(무크: 대학 강의 온라인 공개강좌)의 한 종류인 edX(에드엑스: MIT와 하버드 대학교 교수진이 설립한 강좌)를 알게 됐는데, 언어 장벽과 수강한 내용의 교육적 함의 등을 논의할 사람이 없어서 매우 아쉬웠다. 그러다가 마침 재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대면 활동이 쉽지 않아서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내의 교육전문직원 학습공동체인 '비전과 상상'의 한 분과 활동으로 '온라인 공개강좌 수강' 분과를 만들어 Deep Learnig through Transformative Pedagogy(변혁적 교육학을 통한 심층학습)를 4명이 수강하게 됐다. 심층학습이란 단순히 어떤 개념을 이해하고, 지식이나 정보를 기억하는 표면학습(Surface Learnig)과는 대비되는 학습으로, 지식이나 정보를 연결하고, 새로운 맥락에 적용하며, 창의적으로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것과 관련된 학습이다. 이와 관련해 수강하면서 느낀 점과 시사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MOOC 강의를 통해 경험했던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나라의 원격강좌와는 달리 차시마다 수강자에게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해야 이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강의를 듣고 마는 것이 아니라 수강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수강자는 자신의 의견을 기록하며, 그러한 기록들을 모아서 나중에는 하나의 산출물(심층학습을 유발하는 수업안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학생의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과도 통한다. 학생의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생이 생각할 수 있도록 교사가 질문을 던져야 하고,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사실을 회상하는 폐쇄형 질문뿐만 아니라, 학생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을 던져야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업 시간마다 학생이 적어도 2가지 이상의 질문을 하도록 교실 문화를 만든다면 학생의 사고력 신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강의에 의하면 심층학습이 중요하지만 표면학습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때, 어떤 경우에 심층학습 또는 표면학습으로 지도해야 할까? 예전에 읽었던 글에 의하면 관습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해 관습적인 것(언어, 기호 등)은 표면학습으로 전수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관습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학습 목표에 비추어 그것을 달성하는 데 학생이 인지적으로 방해를 받을 수 있는 지식은 그냥 전달하지 말고 심층학습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지식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MOOC 수강을 통해 평가 방법에 있어서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는데, 학교의 수행평가에서는 기존의 지필평가를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MOOC에서는 질문에 답하는 기술형,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 제안하는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선다형이나 진위형 평가도 실시했다. 따라서 학생의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최근에 강조되는 수행평가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필평가 유형까지 포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컴퓨터와 로봇의 인공지능화로 표면학습보다는 심층학습이 더욱 필요한 사회이다. 이러한 미래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원격연수는 여전히 듣기만 하면 이수가 가능한 연수, 선다형 문제에서 정답을 잘 고르면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연수로 고착돼 있다. 만약, 교원 연수와 관련된 법률을 개정해 MOOC 등을 통해 수강한 강좌도 연수 실적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면 프로그램 개발에 드는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에 필요한 교원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1인당 5만 원 정도의 저렴한 수강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육청이나 교육원에서 교사에게 적합한 강좌를 선정하여 알려주기에는 너무나 많은 강좌가 개설되어 있어서 선정이 쉽지 않다. 따라서 교사가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찾아서 신청하고, 그것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연수체계를 개편·혁신한다면 전 세계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방 안에 앉아서도 수강하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백선수 세종시교육청학생화해중재원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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