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UE] '아마노 이적' 논란 증폭?...울산은 사실을 바로잡길 원했다
[인터풋볼=오종헌 기자(울산)] 울산 현대가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논란을 더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 사실 여부를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울산은 16일 오후 2시 울산 롯데시티호텔에서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부에는 새 시즌을 준비하는 홍명보 감독과 주장 정승현을 비롯해 주민규, 김영권이 참석했다.
홍명보 감독을 향해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나왔다. 아마노 준 이적 관련 이슈다. 아마노는 지난 시즌 울산에 임대로 합류해 맹활약을 펼쳤다. K리그1 30경기 9골 1도움을 기록하며 우승에 기여했다. 새 시즌도 울산과의 동행을 이어갈 것처럼 보였다.
# 아마노의 전북행...홍명보 감독의 비난
그러나 아마노는 잔류가 아닌 전북행을 택했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지난 11일 "(아마노는) 처음에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은 돈 때문에 전북으로 이적했다. 거짓말하고 갔다. 지금까지 일본 선수를 많이 만나봤지만 그들 중에서 가장 최악이다"며 아마노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마노는 12일 "홍명보 감독님을 존중하고 있었고, 저를 한국으로 데려와줬기 때문에 감사한 분이다. 지난 시즌에는 울산에서 우승을 위해 같이 싸웠다. 그러나 어제 (홍명보 감독 발언) 기사를 봤다. 언론을 통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유감이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은 가운데 홍명보 감독이 다시 공식석상에 섰다. 하지만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명보 감독은 11일 발언에 대해 "(아마노 선수를 향해) 인신공격은 하지 않았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 "오늘 자리는 새 시즌을 앞둔 저와 선수들의 이야기를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 울산이 '팩트 체크'에 나선 이유
이후 울산은 아마노 이적 관련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했다. 브리핑 시간을 마련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종훈 울산 사무국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언급됐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그저 바로잡자는 취지다. 우리도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새로운 이슈들이 생겼으면 한다. 이 문제는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2일 전북의 미디어캠프 기자회견 때 나왔다. 당시 아마노는 "울산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구단 측에서 정식 오퍼가 없었다. 그래서 재계약 뜻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전북 관계자는 "울산은 11월 중순 오퍼를 했지만 그때는 이미 전북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고 정정했다.
울산의 입장은 아마노의 발언과 달리 지난해 7월부터 구단 측에서 계약 논의에 대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선수 영입을 담당하는 전성우 울산 부단장은 "전북의 제안 사실도 알았지만 우리가 그 금액을 맞춰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마노는 그보다 낮은 금액을 요구하며 '이 조건만 수용해주면 남겠다'고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 울산이 제시한 아마노 이적 관련 '타임라인'
처음 울산과 아마노 측 사이에 계약 논의가 진행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이때 울산은 아마노의 에이전트를 통해 2023년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임대와 완전 영입을 모두 검토했지만 선수 측과 이견이 있었다. 이에 울산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고, 시즌 중이었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추후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시즌 종료 후 다시 대화 자리가 마련됐다. 10월 26일 홍명보 감독, 조광수 코치와 아마노가 면담을 진행했고, 이후 조광수 코치와의 개별 면담이 추가됐다. 그리고 다음날(27일) 울산 사무국과 아마노의 최종 미팅이 있었다. 울산의 주장에 따르면 이때 아마노는 '잔류 의사'를 밝혔고, 개인조건에 대한 합의까지 마쳤다.
이후 울산은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10월 31일 요코하마에 임대 제안서를 제출했다. 2022년 임대 영입 때와 같은 조건이었다. 이후 11월 3일 2차 임대 제안서를 보냈다. 기존 제안에 추가 옵션이 더해지면서 전북의 제안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그 다음(4일) 아마노에게 선수 계약서 및 구단 임대 합의서를 전달했다.
# 왜 이슈가 됐을까
울산은 아마노의 잔류 의지를 확인했고, 선수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계약을 제시했기 때문에 동행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절차도 자연스러웠다. 사전에 선수 측의 의사를 확인한 뒤 원 소속팀에 임대 제의를 했고, 이후 선수 측에 공식 계약서 전달. 하지만 최종적으로 울산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이슈가 알려지면서 홍명보 감독의 발언에 관심이 쏠렸다. 서로의 뜻이 어느정도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한 뒤, 공식 이적 절차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노는 울산을 선택하지 않았다. 신뢰의 관점에서 분명 울산이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다소 강한 워딩을 사용해 아마노를 비난했다.
그렇다고 아마노가 최종적으로 전북을 택한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 울산의 공식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구계에서 선수가 A구단과 협상하다 B구단 이적을 결정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다만 아마노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기에 울산 입장에서는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다.
미디어와 접촉이 많은 홍보 팀 차원이 아닌 실제로 이적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브리핑을 개최한 것도 그 이유였다. 여러 단계를 거쳐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이번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이 직접 사실을 설명하겠다는 것이 울산의 취지였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 '팩트'를 전달하며 상황을 바로잡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인터풋볼 오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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