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핵심은 해외 자원개발… 현 주소는?

최유빈 기자 2023. 1. 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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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중국몽(夢)'의 허상, 탈(脫)중국이 답이다] ⑤ 해외 자원 확보 중요성 점차 커져…'일관된 지원책' 절실

[편집자주]한 때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중국의 허상이 벗겨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패권다툼에 따른 글로벌 통상질서 변화 등의 여파로 더 이상 중국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를 벗어나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중국에 성장을 기댔던 국내 기업들도 탈(脫)중국 행렬에 속속 가담하고 있다.

공급망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해외 자원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광산. /사진=머니투데이DB
▶기사 게재 순서
① 심화되는 공급망 전쟁… 탈중국 필요성 커진다
② 빗장 건 중국에 韓 수출 휘청… '다변화' 선택 아닌 필수
③ '기회의 땅' 옛말… 기업들, 생산거점 '탈중국' 러시
④ '제2의 반도체' K-배터리, 핵심소재 탈중국 '가속페달'
⑤ 탈중국 핵심은 해외 자원개발… 현 주소는?
⑥지긋지긋한 왕서방의 몽니… 유통가도 탈(脫)중국
원자재 수급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기술력만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한국의 무역적자가 심화했다. 공급망 전쟁과 주요국의 자원 무기화 기조가 강화되며 자원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지만 한국의 자원 독립은 요원하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나설 때라고 지적한다.


'자원 무기화' 기조 커지는데…해외 자원개발률 점차 떨어져


지난해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수입액이 급증하며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전년(6445억달러) 대비 6.1% 늘어난 6839억달러(약 862조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같은 기간 295억달러(약 37조원)에서 60.0% 증가한 472억달러(약 60조원)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자 자원 부국을 중심으로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러시아는 오는 2월부터 유가 상한제를 도입한 국가와 기업에 원유와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스마트폰·이차전지·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 수입 공급망 취약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수입품목 5381개 중 2144개(39.8%) 품목의 수입 공급망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원자재별 수입의존도를 보면 원유(100%) 석탄(99.1%) 천연가스(99.7%) 철광석(99.4%) 비철금속광물(99.3%) 등 에너지와 비철금속 관련 광물 수입의존도가 높았다.

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률은 하락하고 있다. 자원개발률은 한국이 보유한 해외 유전과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양이 전체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에너지 독립' 지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2년 13.8%였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20년 11.4%로 감소했다. 광물 자원개발률도 같은 기간 32.1%에서 28%로 줄었다.


해외자원 개발, '적폐 낙인'으로 수난…보유한 개발권도 매각하는 실정


칠레 아타카마 리튬 광산 /사진=로이터
한국의 저조한 자원개발률은 정부 주도의 개발 사업이 정권교체 후 적폐로 낙인찍히며 위축된 영향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원보유국과 협력하는 '자원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규모 자원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으로 손실이 커지자 박근혜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을 이끈 공기업 사장들을 '자원개발 비리'로 고발했다. 해외 광구를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해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해외 광물 자산 전량 매각 방침'을 발표하고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전신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11개 해외 자산을 매각했다. 이때 매각된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은 투자금(3494억5000만원)의 37.2%에 해당하는 1299억6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재무 건전성을 이유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 광산을 매각키로 했다. 나라브리 광산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자산 중 드물게 매년 수익을 낸 '알짜 광산'이다. 2017년 32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2021년 664억원의 수익을 냈다. 나라브리 광산의 유연탄 매장량은 1억6900만톤에 달하며 매년 약 600만톤의 발전 및 제철용 유연탄을 생산하고 있다.


'자원 안보=경제 안보' 인식 하에 정부 차원 해외 자원개발 나서야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해외 자원개발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탐사·개발 기술이 없는 민간 기업과 공기업이 함께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공기업이 개발에 참여할 경우 해외 정부에서도 적극 대응해 개발 사업도 수월해진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은 후방에서 지원하도록 하고 민간 기업이 개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은 탐사·개발 기술이 없다"며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되 공기업은 탐사와 개발 초기까지를 담당하고 민간 기업은 완전 개발과 생산, 판매를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해외 자원개발은 평균 수십 년이 소요되는 만큼 일관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독립된 위원회로 운영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개발을 추진 중이다. 덕분에 일본의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은 2020년에 40%를 넘어섰다.

강 교수는 "자원 빈국인 일본은 자체 비축과 자원개발을 3대 7로 병행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면서 "이미 보유한 자원을 산업부가 관리하기 어렵다면 국내 발전소와 민간 기업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매각해야 한국이 자원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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