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尹 ‘UAE의 적’ 발언에 “예의주시…한국 외교부 설명 필요”
이란 외무부가 16일(현지 시각) “한국 대통령의 간섭하는 발언(meddling)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 이슈에 대한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랍에미레이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아크 부대를 찾아 “UAE의 적(敵)은 이란이고 한국의 적은 북한”이라 했는데 이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의 뜻을 표시한 것이다.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해 한 발언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인용된 언론 기사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의 역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totally unaware)”고도 했다. 이란과 UAE는 최근 3개 도서를 놓고 영토 분쟁을 하는 등 갈등 요소도 있지만 경제 협력이 활발하고 지난해 8월에는 대사급 외교 관계를 복원해 ‘주적 관계’로 보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 UAE에 파견된 ‘아크 부대’를 찾은 자리에서 장병들을 격려하며 “UAE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이란 외무부는 한국이 최근 보이고 있는 자세(recent stance)를 심각하게 팔로우하고 있다”며 “한국 외교부의 설명도 기다린다”고 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이달 9일에는 대(對)이란 경제 제재에 따라 원화로 동결돼 있는 70억 달러(8조 6870억원)를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이와 관련된 약속을 이행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한-이란 관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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