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솎아낸 삼성그룹주펀드 반등장서 빛 볼 것"

김보겸 2023. 1. 1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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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 인터뷰
16개 그룹주 모두 담기→선별 편입 전략 변경
"지금까진 절반의 성공…반등장 아직이라 아쉽"
매니저가 꼽은 베스트·워스트 업종은 무엇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의 자본시장 버전일까. 한 걸음 떨어져 기업을 분석하던 애널리스트가 직접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로 보폭을 넓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리서치팀에서 5년 넘게 삼성그룹주를 분석하다 작년 8월 삼성그룹주펀드운용역으로 합류한 최원준 펀드매니저 이야기다.

그가 합류하기 직전 한투운용은 18년간 유지해온 펀드 운용전략도 바꿨다. 삼성그룹 내 16개 종목을 모두 담는 방식에서 등급평가를 통해 골라담기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전략 변경 5개월째를 맞아 만난 그는 “약세장에 강한 펀드”라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최원준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주 펀드 선별전략, 절반의 성공

-연초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반등하는 국내 증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당분간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입니다. 시장이 급등하고 급락하는 장세는 작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시장의 낙관편향 심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수적 스탠스와 부딪혔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올 들어서도 연준의 긴축 기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연초 급등 장세가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삼성그룹주펀드 투자전략 재편 5개월째를 맞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평가해 주신다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우선 작년 성과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대형 우량주만 담은 펀드는 특히 약세장에서 수익률 방어에 아주 유리한 편이거든요. 전체적으로는 펀드 성과 상위 10% 안에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미리 운용전략을 재편하면서 반등장에 대비할 계획을 잘 세워뒀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반등할 때 초과성과를 달성할 무기를 준비해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아쉬운 점은 아직 반등장이 오지 않은 탓에 운용전략 재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6만원 내외에서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라 삼성전자를 최대 30%까지 담도록 하는 운용전략 재편 효과가 유의미하게 보이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다만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면 펀드 전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여전히 기대 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대형 우량주 담으면 약세장서 선방한다

바뀐 전략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삼성그룹주펀드의 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은 전략 변경 이후인 지난 7월28일부터 지난 16일까지 5.1% 수준이다.

-종목을 선별해서 비중조절하는 전략은 유효했나요?

△대형 우량주로 구성하는 펀드는 약세장에서 특히 선방합니다.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높은 장이니까 퀄리티 주식으로 관심이 쏠릴 거고, 이런 테마의 펀드가 통할 거라고 봅니다. 제가 운용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요.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최원준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자 기준? 돈 잘 버는 회사 싸게 사는 것

최 매니저는 10년 전 증권사에서 자동차 리서치애널리스트(RA)로 첫 발을 뗐다. 애널리스트로 데뷔한 후에는 자동차와 음식료, 스몰캡 분석을 하며 4년간 증권사에 몸담았다. 한투운용으로 오면서는 소프트웨어와 바이오, 건설, 미디어 등 여러 섹터를 담당해왔다. 삼성그룹주 안에 있는 종목 절반은 애널리스트 시절 보고서를 쓰고 분석에 매달려왔던 기업이다.

-개별 기업 분석하다가 그룹주 모아놓은 펀드를 액티브 운용해 보니 어떤가요.

△다들 그런 꿈이 있잖아요. 투자 구루들을 동경하고. 나만의 펀드를 맡아서 운영해보고 싶었죠. 시대가 어찌 됐건 액티브만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패 가능성도 있지만 잘하는 분들은 잘할 수 있고. 그런 측면에서 매력적이라 한번 해 보고 싶었죠.

-왜 전략을 변경했나요?

△삼성그룹 종목 16개를 모두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안 좋아 보이는 종목이 있다면 과감히 빼자는 전략이죠. 액티브 주식시장 펀드가 쪼그라들면서 한투운용만의 엣지(특색)를 살리려면 액티브하게 운용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 끝에 전략을 바꾸게 됐습니다.

-어떤 종목이 안 좋아 보였나요.

△개별 종목을 찍어 말할 수 없는 운용역으로서의 상황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장기적으로는 성장 여력이 떨어지는 종목들의 비중 확대를 지양하는 편입니다. 또 재무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종목도 선호하지 않습니다.

-삼성그룹주 중 옥석을 선별하는 기준은요?

△개인적인 기준은 단순합니다. 좋은 주식을 싸게 사는 것. 재무구조가 탄탄해 돈을 꾸준히 벌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자는 입장입니다. 투자 비중의 높낮이를 좌우하는 건 장기성장성이 뚜렷한 업태에 있는지 여부입니다. 삼성그룹 안에서도 캐시카우를 가진 회사가 대부분인데 성장여력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거든요. 주식쟁이 측면에서도 싸게 사는 것 역시 중요하고요. 또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삼성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삼는 비즈니스가 뭔지 살펴보는 편입니다. 그 종목이야말로 그룹 전체의 성장과 함께 갈 수 있다는 신호니까요.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지만 여전히 물려 있는 개인투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작년은 펀드 운용하는 저도, 개인투자자들도 모두 고생한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결국 시클리컬(경기민감) 산업인 만큼, 이번 다운턴(하강 국면)이 어떻게 보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힘들 수 있죠. 단기 업황도 안 좋고 실적 부진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정보기술(IT) 섹터 주식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는 “(주가 반등을) 기다릴 수만 있다면 가격적 측면에서는 꽤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주가는 조정을 받았고요, 삼성전자 주가는 역사적 밸류 저점(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은 1.35배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인 1.1배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에 가까운 상황이라 오히려 조금씩 사모아 가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시장수익률 이상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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