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분기 바닥 찍고 반등…'가치투자'의 시대 다시 온다"
[편집자주] 불확실성의 시대다. 미국의 긴축 강도와 속도,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모든 게 예측불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 투자자의 고민도 깊어진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투자전략 수립을 위한 '투자원칙'도 중요하다. 지난해 주식시장 하락에 마음 고생한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증시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짚어본다.
"올해 1분기 증시는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겁니다. 이제는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 때입니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는 주식 시장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에 지난해 자본시장은 꽁꽁 얼어 붙었지만 올해는 악재가 조금씩 해소되면서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가치투자의 명가'로 불리는 베어링자산운용은 올해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성장주, 테마주 보다는 저평가 가치주, 배당주 투자가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봤다. 채권은 신용등급이 우량한 중장기 채권에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대표는 올해 1분기쯤이면 길었던 조정장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 들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증시는 향후 경제 시나리오를 미리 반영한다"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주목한 부분은 '기업 실적'과 '수급'이다. 박 대표는 "주가가 떨어지면서 코스피 PER(주가순이익비율)는 8~9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하지만 실적 전망치가 크게 조정되면서 PER는 11배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떨어졌지만 실적 전망이 더 크게 조정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기업 실적 전망이 턴(반등)하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시 생길 것"이라며 "사이클상 1분기 이후 D램 가격이나 각종 경기 선행지표들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적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수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면서 원화도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외국인 지분율(27%)도 수급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위기만 잘 넘긴다면 올해 증시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통상적인 코스피 기대수익률인 10%를 상회하는 수익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며 "누군가 내게 '올해는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하나, 줄여야 하나' 물어본다면 '올해는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하게 봐야 할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다. 박 대표는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을 유발한 인플레이션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지난해 초 배럴당 120달러대에서 최근 70달러대로 내려왔다"며 "주거비(임대료)가 시차를 두고 하락할 가능성과 임금 상승률 완화 등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서서히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인플레이션을 좀 더 지켜보면서 당분간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쯤이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금리가 내린다는 건 다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저평가 가치주와 배당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베어링고배당플러스', '베어링고배당증권투자회사' 등 주요 펀드들은 지난해 하락장에서도 마이너스(-) 10%초반대 수익률로 코스피 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거뒀다.
박 대표는 "퀄리티 있고 현금흐름이 괜찮은 기업이나 배당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금융회사, 지주사 등에 주목해야 한다"며 "업종별로는 반도체, 자동차 부품, 헬스케어, 인터넷, 게임 등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금리 시대에 채권 투자는 중장기 우량채가 유망할 것으로 봤다. 박 대표는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도) 경기침체 우려에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장기채 금리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며 "신용등급이 우량한 채권이나 장기채는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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