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냥 3개월 후 나갈래요”… 여전한 ‘계약갱신권’ 혼란

조은임 기자 2023. 1.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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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A씨는 요즘 불안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세입자 찾기가 어려워 일정 금액을 감액해준 후 기존 세입자와 갱신계약을 체결했는데, 세입자가 통보만 하면 3개월 후에 보증금을 무조건 내줘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임대차법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이 이사를 가겠다고 통보하면 임대인은 3개월 안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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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퇴거 통보 후 석 달 안에 보증금 내줘야
새 집주인 전입 의사, 임차인 갱신 권리보다 우선 판결도

서울 송파구에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A씨는 요즘 불안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세입자 찾기가 어려워 일정 금액을 감액해준 후 기존 세입자와 갱신계약을 체결했는데, 세입자가 통보만 하면 3개월 후에 보증금을 무조건 내줘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계속 하락 중인 만큼 세입자가 더 싼 집을 찾겠다며 퇴거를 통보하면 또다시 보증금을 낮춰 세입자를 찾아야 한다. A씨는 “전셋값이 떨어져 어렵게 돈을 구해 보증금을 일부 내줬는데, 퇴거 통보까지 당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했다.

2020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여전하다. 애초에 전셋값 상승을 주로 감안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보니 하락장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데다, 세입자 보호를 생각만큼 확실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12일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연합뉴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가격 하락기가 이어지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대차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 임차인이 집주인(임대인)에게 요구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통보하는 경우 계약 기간을 2년 늘릴 수 있는 제도다. 보증금 상승률이 5%로 제한돼 전세 상승장에서 임차인에게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세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지금,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들의 ‘대가없는 계약해지’ 수단이 되고 있다. 임대차법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이 이사를 가겠다고 통보하면 임대인은 3개월 안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중개보수도 임차인이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임대차법에서 제6조 3에 근거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경우 해지에 대해서는 ‘묵시적 갱신’의 일환으로 보고, 제6조 2를 준용하도록 해서다. 6조의 2는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契約解止)를 통지할 수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재산권을 침해 당하는 부분이 일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임대차보호법의 목적 자체가 임차인을 보호하는데 있다”면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일부 임대인은 계약서를 새로 써서 계약기간을 보장받고 있다”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도 “임대차법 자체가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을 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명분을 담고 있다”면서 “임대인은 3개월 안에 보증금을 내어줄 준비를 하고 있어야 안전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임차인에게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전세계약을 연장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집을 파는 경우 새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 판례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새로 바뀐 집주인이 전입의사를 통보할 경우 임차인은 이전에 갱신 의사를 나타내 그 권리를 행사했더라도 집을 비워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임대인이 실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계약갱신을 요구해도 거절할 수 있다’는 임대인의 갱신거절권을 근거로 한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전셋값 급등기에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효과를 십분 발휘했었다”면서도 “상승주기가 돌아올 개연성이 있어 그 존재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락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꼴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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