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전경련은 왜 또 기로에 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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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다시 기로에 섰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온 허 회장마저도 자신의 퇴임을 계기로 전경련의 대대적 쇄신을 주문할 정도인 만큼 전경련으로선 지도부 물갈이를 포함한 역할 재정립 등 전례 없는 변화의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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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군 모두 난색…지도부 장기 공석 불가피
위상 강화에만 몰두…뼈 깎는 쇄신 이뤄져야
[이데일리 이준기 산업부 차장] “너무 섣불렀다.”(경제계 고위 관계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다시 기로에 섰다.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허창수 회장·권태신 상근부회장이 최근 사의를 표하면서다. 두 사람의 퇴장은 전경련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경제단체 맏형 지위를 되찾으려 했던 계획이 무산된 영향이 적잖다는 게 정설이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어온 허 회장마저도 자신의 퇴임을 계기로 전경련의 대대적 쇄신을 주문할 정도인 만큼 전경련으로선 지도부 물갈이를 포함한 역할 재정립 등 전례 없는 변화의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재계 안팎에선 전경련이 ‘위상 높이기’에만 몰두,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말이 나돈다. 작년 11월 윤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때까지 동행했던 허 회장은 12월 말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 만찬에서 배제된 데 이어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경제사절단 명단에서도 빠졌다. 그렇다 보니 재계는 여전히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지난해 말부터 삼성·SK 등 4대 그룹을 찾아 회원사 복귀를 타진했지만, 부정적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지도부 공석 사태는 장기화할 공산이 커졌다. 평소 전경련을 한국판 헤리티지재단으로 탈바꿈, 보수 싱크탱크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온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수장에 올라 두 단체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혁신은 젊은 재계 인사의 몫’이란 목소리에 묻혀 사실상 무산된 상태라고 한다. 전경련 내 ‘중간다리’ 역할을 해온 60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름도 거론되고 있으나 두 사람 모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언론은 이웅열 명예회장이 전경련 혁신위원회를 이끌 것으로 보도했지만, 이마저도 불분명하다.
전경련 내부는 동요하고 있다. 일부 임원은 ‘외부 명망가라도 모셔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선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순수 민간 경제단체 역할을 그만두자는 것이냐’는 반발이 적잖다. 윤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김종석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적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겸임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허 회장은 2017년과 2019년, 2021년에도 물러나겠다고 뜻을 피력했으나 마땅한 후임자가 없자 회장직을 계속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퇴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재계 시선은 전경련 혁신위에 몰린다. 각계 의견을 수렴, 조직 쇄신·위상 재정립이란 청사진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과 약 30년간, 중국·러시아·인도 등 신흥국과 1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며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통상·외교 경색 등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를 통해 우리 입장을 설득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가교역할도 수행해왔다.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은 정책·행정·법규 등의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구 성과를 내왔다. 경제계 이익을 넘어 국가 발전을 위해서라도 전경련이 이대로 낙오해선 곤란하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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