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발명자 될 수 없다는 한국 특허청…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판단했나

한국서 ‘특허 무효처분 취소’ 행정소송 예정
유럽·호주, AI 발명 ‘불인정’ 확정
‘무심사주의’ 남아공은 특허출원 인정

그래픽=편집부

인공지능(AI) ‘다부스(DABUS)’의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특허청이 내린 특허 무효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부스 발명품과 관련해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특허청의 결정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부스를 개발한 테일러는 한국 외에도 미국과 영국, 유럽, 독일과 같은 지식재산권(IP) 관련 주요국에서도 소송전을 벌였다. 대부분이 발명품의 진보성이나 신규성이 주요 쟁점이 되기보다는 ‘특허출원의 주체가 자연인으로 한정돼야만 하는가’가 주요 쟁점이었다.

다부스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2019년 9월 국제특허(PCT)를 출원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 각지에 특허출원을 하기 시작했다. PCT는 하나의 출원으로 여러 국가에 동시 출원한 효과를 발생하는 제도로, 향후에 각국에 특허가 진입한 이후 개별적인 심사가 진행된다.

다부스가 PCT를 활용해 특허출원을 진행한 곳은 총 16개국이다. 이중 재판을 진행한 곳은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영국·유럽·독일·호주 6개국이다. 대부분 AI의 발명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각국 법원은 AI의 발명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미국과 영국은 다부스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을 거절하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1심부터 항소심까지 모두 AI의 발명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특히 미국의 경우 특허법상 발명의 주체로 명시된 ‘individual(개인)’을 자연인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유럽과 호주는 AI의 특허출원 무효가 확정됐다. 호주는 1심법원에서 AI도 발명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파격적인 판결이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결론이 뒤집혀버렸다. 유럽에서는 발명자를 ‘다부스의 개발자이자 소유자인 스티븐 테일러’로 기재해 분할출원이 진행되고 있다.

AI의 독자적인 특허출원을 허락하진 않았지만, 개발자와 같이 기재하는 의미있는 절충안을 내놓은 곳도 있다. 독일 연방특허법원은 AI의 발명품을 출원할 때 개발자와 AI의 정보를 같이 기재하는 것을 허용해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AI의 창작성을 미약하게라도 인정한 것이다. 독일 재판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IP 주요국은 아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부스의 발명품을 특허등록했다. 다만 남아공은 주요국들과 다르게 국제특허출원(PCT)을 받을 경우 형식적 요건만 심사한 뒤 등록하는 ‘무심사주의’이라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심사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한국과 달리 다부스의 특허출원 신청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AI 발명이 인정되지 않는 추세지만, 갈수록 AI 발명과 창작이 늘어나는 만큼 제2, 제3의 다부스는 계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특허청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12월 WIPO에 AI 관련 지식재산 이슈를 전담하는 전문가를 파견했다. 당시 이인실 특허청장은 “현재 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점을 고려하면 AI 발명가와 같은 지식재산 이슈에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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