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동결 아냐”라고 했지만, 채권시장은 반대로 베팅…“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 뭉글뭉글

이재은 기자 2023. 1.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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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속 금리인상에도 국고채 금리 하락
국채 3년물 금리, 기준금리 3.5% 하회
시장에선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 형성
“이 총재, 장단기 금리역전 사실상 용인”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7회 연속 인상해 연 3.5%로 끌어올렸지만, 국고채(국채) 금리는 1년물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해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채 금리도 덩달아 상승하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시장에서는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행보가 사실상 올해 1월로 끝났고, 조만간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국채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국채 금리가 향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시장 기대를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1.1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국채 3년물 금리,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기준금리 하회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5bp(1bp=0.01%p) 오른 연 3.454%에 마감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9p, 8.3bp씩 상승한 3.365%, 3.383%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p 인상한 지난 13일과 비교하면 국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보다 낮다. 특히 기준금리 흐름에 민감한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돈 것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감염병 확산으로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연 3.5%에서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시사했고, 앞으로 금리 결정에 물가와 성장을 모두 고려하겠다는 발언으로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 동결 기대를 부추겼다”며 “금통위 직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3.4%를 하회했는데, 이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는 숫자”라고 말했다.

서울 남산에서 도심 일대 주요 기업체 건물들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금리동결 해석 곤란” 발언에도 채권시장은 벌써 금리인하 반영

앞서 시장에서는 최종금리 수준을 연 3.5~3.75%으로 예상했는데, 1월 금통위 이후에는 한국은행이 연 3.5%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멈출 것이란 의견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발표를) 앞으로 금리를 동결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이 총재가 거듭 “연내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쏟아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 우려를 부각한 점을 들어 기준금리 인상 종착지가 연 3.5%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7%보다 낮출 것이라고 시사했다. 한국은행이 2월 금통위에서 하향 조정된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고, 이를 기준금리 동결의 근거로 삼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용인하는 듯한 이 총재의 발언도 금리 동결 전환과 조기 금리인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 총재는 “앞으로 2~3년 뒤의 금리 수준이 낮을 것으로 해석한다면 당연히 지금처럼 초단기 금리보다 2~3년물의 금리가 낮아서 역전 차가 생길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시장이 과반응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 “시장 기대 따라간 한은,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이 지난 8개월간 시장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총재는 그간 3개월짜리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통화정책방향 사전 안내)를 강조하면서 경기와 물가에 대한 전망을 상황에 맞게 조정해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준의 금리인상폭을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2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은 94.2%로 집계됐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주요 통화정책 고려 요인으로 성장 하방 위험, 금융안정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물가 둔화 속도 등 4가지를 언급했다”며 “이 4가지와 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상반기 경기 부진 전망을 강조한 점을 보면 금리 추가 변동이 없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재의 예측대로 물가 오름세가 오는 3월을 기점으로 5% 아래로 떨어지고,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이르면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기준금리는 3.5%에서 추가 인상이 없고, 연말에는 3.25%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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