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로운 조직을 맡은 리더에게[김한솔의 경영 전략]
[경영 전략]
해가 바뀌면 많은 게 달라진다. 조직도 그렇다. 새로운 부서가 만들어지기도,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위 ‘인사이동’의 시기다. 이때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신임 리더’다.
리더의 직책을 처음 갖게 된 사람도, 다른 부서에서 리더를 하다가 옮기는 이도 있다. ‘전력’이 뭐였든 ‘새로운 환경’에 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신임 리더들은 고민이 많다.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공과 사는 반드시 구분하라
신임 리더가 되면 마음이 바빠진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고 느끼니까. 그런데 막상 뭔가 하려고 하면 막막해진다.
그래서 일단 ‘눈앞에 보이는 것’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리더들이 많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된다. 먼저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어디로 가는 게 자신과 자기 조직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듣기’다.
자신이 맡게 된 조직 상황이 어떤지, 구성원들이 리더인 자신에게 바라는 것은 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가. 이 정도는 할 만하지 않나. 그래서 구성원들이 편하게 이야기하기 위한 회식 자리를 만들어 부임 인사 겸 리더인 자신에게 바라는 점을 듣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런 리더의 방법은 괜찮을까. 리더가 원하는 대로 조직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다. 세 가지를 바꿔야 한다.
첫째는 장소다. 리더들 중에 ‘편한 분위기’에서 얘기가 잘 나온다며 의도적으로 회식 자리를 만들어 업무 면담 등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 소위 ‘취중 진담’이 나오기도 할 테니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돼야 하듯이 업무 대화와 사적 대화는 다른 게 좋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얘기는 회식 장소가 아닌 사무실 업무 미팅에서 나눠야 한다. 회식은 이벤트일 뿐이다. 업무적 무게를 둬 ‘공식화’하는 게 좋다.
게다가 해당 이슈는 새로운 리더로서 조직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 어쩌면 조직에 가장 중요한 주제가 아닌가. 편함보다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둘째는 형식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침묵의 나선 이론’이라는 게 있다. 여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본인의 의견이 다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남과 다른 것을 나타내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게 된다.
집단이 가하는 압력은 생각보다 크다. 리더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리더가 와서 대뜸 ‘내게 뭘 원하냐’고 물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것저것을 해주는 게 필요합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게 다른 구성원에게는 불편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사람들 앞에서 자기 편하자고 여러 건의 사항을 얘기하는, 말 많은 사람으로 비치기 싫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진짜 필요한 얘기를 듣고 싶으면 전체가 아닌 일대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앞서 말한 ‘공적 공간’에서 리더와 일대일로 마주 앉아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주자. 리더가 만들어 둔 ‘형식’이 구성원의 입을 열 수도, 닫아 버릴 수도 있다.
마지막 셋째는 내용이다. 리더 ‘개인’에 대한 건의 사항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우리 조직을 맡으러 온,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해 자신에 대한 평가권을 갖고 있는 리더 당사자에게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하다가는 ‘불평불만만 잔뜩 있는 구성원’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리더는 어떤 내용을 묻고 들어야 할까.
답은 ‘조직’이다. 기존 조직에서 쭉 하고 있는 것 중 리더가 바뀌더라도 계속 이어지면 좋은 것은 뭔지, 새로운 리더가 부임한 뒤 조직 차원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전임 리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새로운 리더 개인에게 바라는 모습 등을 말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 자체가 ‘리더’로 향할 때보다 ‘조직’을 대상으로 할 때 구성원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구성원들의 입을 열고 싶으면 그들이 말하기 쉬운 것에서 시작하자.
구성원들의 이해도 필요해
이렇게 ‘공식적’인 장소에서 ‘일대일’로 만나 ‘조직’의 개선 필요 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하고 멍석을 깔아두면 얘기가 술술 나올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리더에게 준비가 필요했듯이 구성원들도 이걸 ‘왜’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밝히기’다. 신임 리더로서 해당 세션을 진행하려는 의도를 설명하라는 뜻이다.
의도는 다양할 수 있다. 초임 리더로서 부족한 게 많을 테니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을 듣고 방향을 정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고 경험이 없는 업무의 부서장을 맡아 업무의 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혹은 내부 승진을 통해 구성원에서 리더가 된 경우라면 리더로의 새로운 역할이 생겼으니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는지 알려 달라고 할 수도 있다.
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리더가 왜 해당 대화 시간을 갖고자 했는지, 리더가 필요로 하는 것을 구성원들에게 밝혀야 한다. 또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함께 주자. 대뜸 불러 ‘이런 목적으로 얘기를 듣고 싶으니 솔직하게 알려 주세요’라고 요청하면 질문 받는 사람은 당황스럽다.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미리’ 알려 각자 준비할 수 있게 하자. 그래야 어색한 침묵을 줄일 수 있다.
여기까지가 신임 리더가 부임한 뒤 해야 할 ‘듣기’의 방법이다. 이를 통해 업무 배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조직 문화 관리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다음은 열심히 실행하면 될까. 그렇다. 이를 통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마지막 ‘팁’ 하나만 더하면 좋겠다.
바로 ‘결과 공유’다. 무슨 얘기를 들었고 각각의 내용을 어떻게 수행할 예정인지 알려주자. 굳이 또 말로 해야 하냐, 어차피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2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하나는 리더의 실행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금연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효과적인 게 주변에 ‘소문 내기’라고 한다. 지켜보는 ‘눈’이 많으면 그만큼 긴장도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해야만 하게끔 하는 장치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두자. 다른 측면은, 구성원과의 명확한 소통이 필요해서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말이 얼마나 잘 전달됐는지 항상 궁금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으면 잘 모를 때가 많다. ‘어떤 제안을 받았고 그래서 이렇게 실행할 예정입니다’와 같이 꼭꼭 씹어 알려주자. 혹은 구성원의 제안 중 실행하기 힘든 게 있다면 ‘이런 이유에서 해당 내용은 제외했습니다’라고 밝힐 필요도 있다. ‘내 마음 알아주겠지’라는 기대를 버리는 것, 이게 명확성이다.
많은 관계가 그렇지만 특히나 신임자에게 ‘첫인상’은 너무 중요하다.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하는 신임 리더들의 ‘시작’에 구성원들이 함께하면 좋겠다. ‘들을 준비’가 된 리더의 앞길을 응원한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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