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창출, 정당한 보상"…김동연, '기회소득' 가치 증명할 시간

박상욱 기자 2023. 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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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전국 처음 도입…예술인에 연 120만 원 현금 지급
시범사업 결과 토대 기회소득 영역 확대 검토 중
선명한 정체성 확보, 사회보장심의 통과 등 과제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일 오전 경기도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기회의 경기' 도민과 함께하는 새해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상욱 기자 = 연 소득 1500만원의 뮤지컬 배우 A씨는 연습실과 녹음실 사용료 등으로 '기회소득'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밴드 대표 B씨는 '기회소득'을 받는다면 드럼 장비, 오디오 및 전자기기 구입하는 데 사용하길 희망했다. 경기도내 한 장애인 예술 법인은 예술인 7~10명의 '기회소득'을 모으면 전시회 1회(경비 1000만원)를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더 많고, 더 나은, 더 고른 기회를 만들겠다'라는 도정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제시한 '기회소득'이 올해 하반기부터 지급될지 관심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구조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로, 예술인이 첫 대상이다.

지난해 정책 추진 때부터 모호한 개념으로 논쟁거리가 된 '기회소득'은 정체성과 가치를 증명할 시험대에 올랐다.

◇전국 처음 도입…연 120만 원 현금 지급

16일 도에 따르면 도는 올해 하반기 '예술인 기회소득'을 시범사업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도내 거주하는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을 대상으로 연 120만 원의 '기회소득'을 현금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전문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가장 공적인 제도인 '예술활동증명' 유효자여야 한다.

성남·용인·고양시를 제외한 도내 28개 시·군 거주 1만 1000명의 예술인이 대상이다. 총예산은 132억원이 투입되며, 비용은 도-시·군비 각각 50%다.

도는 기회소득을 지급받은 예술인이 문학 분야의 경우 작품 관련 인터뷰, 출판 비용, 자문 수당 등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술의 경우엔 전시를 위한 작품 제작, 음악은 악기 렌탈, 오디오 장비, 연습실·녹음실 사용료, 연극은 대본 제본 비용, 의상비 일부, 무대장치 렌탈 등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예술인의 창작 활동 소요 비용을 실질적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사용처 제한을 받지 않는 현금으로 지급해 폭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할 방침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일 오전 경기도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기회의 경기' 도민과 함께하는 새해 인사회에서 다소니챔버오케스트라단 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재판매 및 DB 금지


◇왜 예술인인가?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9월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 보전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 기회소득 개념을 도입하려 한다"고 공식석상에서 처음 제시했다.

기존 예술인 창작지원금이 재난 지원성 성격의 일회성 지원이라고 지적한 뒤, 예술창작 활동을 하더라도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해 보상을 못 받는 문화예술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는 '기회소득'은 사회적으로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해당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정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로 정의했다. 학계에서는 앤서니 앳킨슨 등이 주장하는 '참여소득'이라는 용어로 논의된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예술인 참여소득 정책연구서'에서도 예술인 소득 보전을 위한 참여소득 지원 필요성이 제시된 바 있다.

도는 '기회소득'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참여와 활동을 촉진하는 제도로 본다. 예술인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계층을 대상으로 일정한 참여를 조건으로 소득을 지급하는 것으로, 유사사례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민컴(B-MINCOME), 미국봉사단(AmeriCorp) 등을 들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 창출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정도의 소득으로 환산할 것인지는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고민이 '예술인 기회소득'을 먼저 추진하는 배경이다.

예술가의 작품 활동은 사회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시장에서 적절한 보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이 대상자 선정의 투명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원재 경기도 정책비서관은 지난 11일 관련 설명회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치이기 때문에 예술인 기회소득이 가장 먼저 나왔다"며 "현재 전문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가장 공적인 제도가 예술활동증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예술인 복지 사업들이 있으나, 중위소득 120% 이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예술인 기회소득이 유일하다. 생계지원뿐만 아니라 예술활동 촉진 효과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도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기회소득의 영역 확대를 검토 중이다. 장애인의 예술 창작 활동, 아이 및 노인돌봄 활동, 취업전 청년 구직 및 역량강화 활동 등도 기회소득 영역으로 보고 있다. 일정기간 안전사고를 내지 않은 배달 종사자, 태양광 패널 설치 농촌마을 등도 검토 대상이다.

특히 민선 8기 공약실천계획서에는 어민 기회소득 내용도 담겨 있다. 어업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를 보장한다는 내용인데, 기존 농민 기본소득도 현재 진행형이라 어민은 '기회', 농민은 '기본'소득이냐는 논란도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9월 2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기도의회 제36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도정 질문(일괄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재판매 및 DB 금지


◇선명한 정체성 확보, 사회보장심의 통과 등 과제도

김동연의 '기회소득'은 저소득층을 도와줄 목적이 아니므로 시혜적 복지가 아니며,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하기 때문에 조건없는 보편적 복지 개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 소득을 일정 부분 채워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심소득'과도 차별성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사회적 합의를 위해선 정책에 대한 보다 선명한 개념 정리가 필수다.

당장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김동연 지사가 나름 '시그니처 정책'이라 내세운 '기회소득'도 여전히 불분명한 정체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재명 전 지사의 잔재처럼 도정 주요 정책으로 남은 '기본소득'과의 차별성에 해답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고 정체성을 꼬집었다.

예술계에선 1인당 연 120만 원은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복지' 성격의 정책이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이원재 비서관은 "기회소득은 '기회의 확장'이라는 김 지사의 철학이 녹아있는 정책"이라며 "사회적 합의 수준과 도의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1~2년 정도 지난 다음 제대로 평가해서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w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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