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넘는 BMW 전기차, 세금은 아반떼의 절반

박진우 기자 2023. 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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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별 세금 내는 내연차와 차별 논란
“조세 형평성 문제, 세제 개편해야” 지적
BMW i7 e드라이브60. 국내 판매가격은 2억1570만~2억1870만원이다. /BMW 제공

최근 등록량이 크게 늘어난 전기차에 대한 세금 논란이 일고 있다. 배기량으로 계산하는 현재 자동차세 특성상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차 가격과 관계없이 적은 세금을 내고 있어서다. 1억원을 훌쩍 넘는 수입 전기차도 국산 소형차보다 자동차세가 적다. 전기차와 내연기관 간 조세 형평 논란뿐 아니라 향후에 전기차가 늘면 자동차 관련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적절한 과세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의 최대 장점은 내연기관 대비 낮은 유지비다. 여기에 취득 과정에서 각종 세금을 면제하거나 감면받는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구매 보조금까지 주어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34만7000대를 기록했다. 2019년 말 8만9918대에 불과하던 전기차 숫자는 2020년 말 13만4962대, 2021년말 23만1443대로 크게 불어나고 있다. 전기차는 지난해 3분기에만 5만863대가 신규등록돼 전 분기 대비 23.6% 증가했다.

포르셰 전기차 타이칸 터보와 타이칸 터보S. 가격은 1억9550만~2억3360만원(기본가)이다./포르셰 제공

현재 전기차에 대해서는 명확한 조세 규정이 없다. 자동차세는 도로 사용이나 대기 오염 등을 고려한 원인자부담금 성격의 지방세다. 자동차를 갖고 있으면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니 이에 따른 이용 내지는 유지보수 차원의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또 환경오염에 따른 환경세 측면도 있다. 그 때문에 세금을 매길 때는 배기량을 따진다. 배기량이 클수록 도로 이용 부담이 크고, 환경오염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자동차세는 보유세여서 배기량과 차령이 같으면 세금도 동일하다. 비영업용과 영업용을 구분하며, 엔진 배기량에 따라 ㏄당 붙는 세금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배기량이 높으면 세금도 비싸다.

그런데 엔진이 없어 배기량도 없는 전기차는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된다. 그 밖의 자동차의 자동차세는 영업용 2만원, 비영업용 10만원을 일괄 부과한다. 4000만원짜리 전기차나 2억원짜리 전기차나 비영업용은 매년 10만원만의 자동차세만 내면 된다.

최근 출시된 2억원대의 BMW i7은 구입하면 첫 해 10만원의 자동차세에 교육세 30%를 더해 13만원을 내면 된다. 반면 1580㏄ 현대차 아반떼는 자동차세와 교육세를 더해 총 28만7560원을 내야 한다. 기아 경차 레이의 경우 10만3780원으로 i7과 큰 차이가 없다.

테슬라 모델X. 국내 판매가격은 1억원 이상이다. /테슬라 제공

전기차 보급에 많은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전기차 자동차세는 내연기관과 비교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기량과 관계없이 도로를 이용하는 건 같은데, 전기차는 과세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무게가 많이 나가 도로를 파손시키는 정도가 크다. 주행 중 배출가스를 내지 않지만, 충전용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자동차 관련 세수 문제도 떠오른다. 지금까지는 전기차 대수가 많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30만대를 넘어서면서 자동차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조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률은 2014년 0.7%에서 2021년 4.65%로 성장했고, 2030년에는 전체 자동차의 30%가 될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보급추세를 반영하면 2030년 자동차세(소유분) 세수는 2020년과 비교해 91%, 2040년에는 80%, 250년에는 69%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오나래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재정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현행 자동차세 과세 체계가 적용된다고 가정하고, 비영업용 친환경 승용차의 보급 추세를 반영하면 자동차세 세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도 내지 않는다. 교통세는 휘발유나 경유 등 태워서 내는 연료에만 붙어있기 때문이다. 교통세는 연간 15조~17조원에 달하는 목적세로, 주로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등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데 쓰인다.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 인근에서 전기차인 제네시스 GV60과 현대차 아이오닉5를 연결해 충전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해외에서는 자동차 과세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일본의 경우 현재 자동차 취득, 보유, 주행의 각 단계에서 세금을 매기는데, 취득 시에는 차 가격, 보유 시에는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주행 시에는 휘발유세 등을 걷는다.

일본 역시 전기 등 친환경차의 등장으로 세수 문제가 생기는 중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18년 자동차 관련 세수는 6조2000억엔이었던 반면, 도로 정비에 투입된 비용은 7조8000억엔으로 나타났다. 특히 휘발유세 등 연료 세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07년 4조2000억엔이었던 것이 지난해 3조2000억엔으로 15년간 20% 줄었다.

일본 정부는 전기차 보급이 늘면 세수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고, 정부 세제조사회의에서 “전기차가 보급돼 도로가 울퉁불퉁해서는 곤란하다. 주행거리에 따른 과세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오리건주와 유타주 등에서는 주행거리 1마일당 과세하는 ‘주행거리세’를 시범운영 중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18년 이후 전기차 충전용 전기에 대해서는 연료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EU 연료소비세는 우리나라의 교통세 개념이다.

오 부연구위원은 “내연기관 자동차 소유자와의 과세 형평성, 교통인프라 투자 및 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재원확보, 충전용 전기 생산으로 인한 탄소배출 비용의 내부화 등을 고려했을 때 친환경차를 포함한 자동차세 과세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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