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찐팬'이 운전한 카트라이더
BGM·그래픽 곳곳 공들인 흔적
북미·유럽 콘솔 시장 '정조준'
넥슨의 야심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첫 시동을 걸었다. 드리프트는 PC, 모바일, 콘솔(게임기를 TV와 모니터 등에 연결해 이용하는 방식) 이용자가 한 트랙에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다. 원작인 카트라이더가 2005년 출시하자마자 즐겼던 '찐팬(열성팬)'으로서 직접 드리프트를 체험했다.
출시 초기 드리프트에 대한 이용자 반응은 뜨겁다. 지난 16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통계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드리프트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인기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게임 대기실에 입장하자 카트라이더의 배경음악을 리메이크한 BGM(백그라운드뮤직)이 흥미를 돋웠다. 또 원작에서 만났던 익숙한 캐릭터와 차량, 맵을 통해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이으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새로 유입된 신규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보였다. 드리프트는 전작과 달리 세부적인 튜토리얼(게임조작법)을 안내했다. 튜토리얼이 끝나자 '오토매틱'과 '오리지널' 조작법 설정창이 화면에 떴다. 오토매틱은 주행에 필요한 보조키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오리지널은 기존과 비슷하게 게임 자체의 도움기능 없이 주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게임 내 그래픽은 전반적으로 우수했다. 특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급선회할 때 생기는 스키드마크(바퀴 자국)의 경우 전작은 부드럽지 않고 각진 형태로 나타났는데, 신작에서는 유선형으로 표현했다. 아이템전에서 상대에게 미사일 공격을 받고 날아갔을 때의 동작도 다채로웠다. 넥슨이 이 게임에 공들였다는 것이 느껴졌다.
18년차 '찐팬'으로서 가볍게 게임에서 1등을 한 뒤 드리프트 내의 상점에 들어가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지 확인했다. 넥슨은 지난 5일 카트라이더 온라인 이용자 간담회를 통해 '3노(No)'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했다. △페이투윈(이기기 위한 결제 유도) △캡슐형 아이템 △확률형 아이템이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레이싱 패스'가 있었다. 레이싱 패스는 이용자가 일별로 주어지는 과제를 완수해 아이템 등을 보상받는 시스템이다. 무료 보상이 부족하다면 유료 구간인 '프리미엄 패스'를 구매해 추가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아쉬움도 남았다. PC를 통해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화면이 까맣게 되거나 게임 자체가 꺼지기도 했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실행 프로그램에 우측 마우스를 눌러 '호환성 설정'을 통해 해결했으니 참고하라"며 나름의 대책을 공유하기도 했다. 친구와 게임을 할 때는 반드시 음성 채팅을 해야 했고, 방을 만들어 트랙 설정을 바꾸는 데에도 안내가 없어 적응하기 어려웠다.
넥슨은 자사의 첫 크로스 플랫폼 게임인 드리프트를 발판으로 콘솔이 대세로 자리잡은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콘솔 시장의 43.8%는 유럽이 차지했고 북미는 38.8%로 그 뒤를 이었다.
콘솔 게임의 주요 장르인 1인칭 슈팅게임(FPS)의 아성을 넘을지도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엔피디(NPD) 그룹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콘솔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량 상위 10개 중 4개는 FPS 게임이다. 10위 안에 든 레이싱 게임은 닌텐도가 개발한 '마리오 카트 8'이 유일했다. 넥슨은 올해 상반기 콘솔로 즐길 수 있는 드리프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를 제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업계 관계자는 "카트라이더 차기작 개발에만 5년이 걸렸다. 국내 게임업계가 북미와 유럽 콘솔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만큼 드리프트의 성공 여부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최현서 (stringstand@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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