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날린 대체투자 경고장…투자 큰손들 당혹

김대연 2023. 1. 17.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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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서 대체투자 항목·비중·수익률 등 요구
감사원법 어긋나진 않지만 업계 큰손들 '비판'
"시장 상황 따라 투자…법 어긋난 운용 아냐"
올 4~6월 중 감사 예상…기관들 향방 '촉각'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감사원이 올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대체투자 자산을 점검하겠다는 경고장을 날리자 업계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시장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얼어붙으면서 상대적으로 대체투자 자산만이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내며 기관투자가들 운용 수익률에 효자 노릇을 해 왔다.

하지만 감사원이 부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대규모 자료를 요구하자 업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고금리 여파로 전통자산, 대체자산 할 것 없이 자산가격이 하락압력을 받은 가운데 부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할 뿐더러 대체투자 대상이 광범위하고 자산마다 특성이 다 달라 평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이번 감사로 향후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올해 기관들 대규모 대체자산 감사 예고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은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대체투자 자산 비중과 수익률, 전체 투자 항목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사전 예방적 감독을 통해 부실자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감사원은 이달 안으로 기관들로부터 대체자산 자료를 회수한 이후 감사 대상을 선별해 올 상반기 중으로 실질적인 감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더욱 극대화하지 않도록 기관들로부터 자료를 요청했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대체투자 비중을 크게 확대한 덕분에 지난해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3대 연기금의 전체 운용수익률은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체투자 부문 수익률은 △국민연금 15.64% △사학연금 9.23% △공무원연금 7.8% 등으로 유일하게 플러스 성과를 냈다.

국내 큰손들이 시장 변동성이 큰 와중에도 올해 여전히 수익률을 높일 비장의 카드로 대체투자를 꼽는 이유다.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은 중장기 투자계획인 전략적 자산배분(SAA)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할 계획이다. 물론 대부분 기관이 연말에 한 번 공정가치 평가를 하고 있어 연중 대체투자 수익률엔 정확한 평가액이 반영되지 않지만, 대체투자 비중이 많은 기관일수록 전체 운용수익률이 선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대체투자가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부동산·인프라·기업금융 등 모든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지금 실물자산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대체투자 자산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는 기관투자가들 계획이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법이 아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나서”

이처럼 감사원이 대체투자 자산 규모를 급격하게 늘린 기관들의 운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대적인 준비단계에 돌입했지만, 대체투자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요청하면서 기관마다 제대로 된 투자가 진행됐는지 따져보는 것부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의 대체투자 성과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재무건전성도 그 어느 때보다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감사원에서 요구하는 자료도 많아 각 기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연기금 관계자도 “수조원을 굴리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전체 자료 리스트를 보내달라고 요청이 왔는데, 감사원도 어떤 것을 감사해야 하는지 아직 정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며 “감사원이 오는 4월부터 현장 등 본감사를 시작한다고 하지만, 자료량이 상당할 텐데 제때 감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투자 업계에선 내부 운용 규정에 어긋난 투자를 하거나 부실자산도 드러나지 않았는데 감사원의 타깃이 된 것에 대해서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에 필요하면 금융거래의 내용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해당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는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 또는 자료 제출 요구는 감사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특히 국내 큰손들은 시장 여건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가 아닌 하나의 ‘의사결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회원들의 돈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항상 여러 투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시장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한다”며 “투자는 항상 리스크를 수반할 수밖에 없고, 기관투자가들이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사법 판단의 대상이 아닌 비즈니스 저지먼트 룰(business judgement rule)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대연 (bigki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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