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이의 메시지
# 인간은 누구나 여러 개의 얼굴을 갖고 산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얼굴(페르소나), 감추고 싶은 얼굴(그림자), 맑고 선량한 얼굴, 음험하고 비루한 얼굴…
여기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 한쪽으론 독립적이고 진취적이며 건강한 욕망의 소유자, 반면 다른 한쪽으로는 끊임없이 불안하고 두려움에 떨며 자존감이 약한 사람.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서 저 너머 세계를 보고 돌아와 180° 변해 사랑과 행복, 치유의 비밀을 전하는 사람의 얘기다. 세속적 삶을 추구했으나 임사체험(臨死體驗)을 겪고 영적 세계를 전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녀는 홍콩에서 사는 부유한 인도상인의 딸이었다. 영국식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집에서 맺어주는 인도식 중매결혼을 반대해 파혼한 강단 있는 여성이며 커리어 우먼이다. 그러다 ‘영혼에 맞는’ 인도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여기까진 해피 스토리다. 그러나 덜컥 암에 걸리면서 세상은 변해버렸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 떨며 인도・중국・서양식 별별 치료를 다 했지만 암은 더 깊어만 갔고 결국 4년 뒤 혼수상태에 빠져 사실상 죽음 판정을 받게 됐다.
# 그러나 혼수상태 속에서 그녀는 생전 겪어보지 못한 평화・황홀감을 느끼며 시공을 초월한 다양한 경험을 한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죽은 아버지와 친구를 만나며, 동시에 병원에 누워있는 자신과 가족, 바깥에 있는 의사, 간호사, 인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는 오빠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느낀다.
임사 체험중 그녀는 왜 자신이 암에 걸렸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 때문이었다. 암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부정적’ 모습이 세상에 알려질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우리 대부분이 그렇듯이 자기 내면의 부정성(그림자)이 드러날까 무서워 밀쳐내고 숨기고 억압해 오는 데 안간힘을 쏟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믿거나 사랑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녀는 30시간 뒤 깨어나서 기적적으로 소생한다. 암 종양들이 씻은 듯이 사라져버리고 회복해 결국 35일 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의사들도 그렇게 된 의학적 이유를 못찾았다.
아니타 무르자니는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자기 체험담을 전하기 시작했고 세계적 영성가 고(故) 웨인 다이어 박사의 도움으로 출판을 하고 CNN, 투데이쇼, 폭스 뉴스 등 세계 무대에 섰다. 그녀의 책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Dying to Be Me’는 베스트셀러가 돼 45개 언어로 번역됐다.
세상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자기 밖에서 사랑과 인정을 구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한 그것은 결코 채워질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영혼의 차원에서 경험했다.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다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암을 통해 배운 것도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자신을 소중히 하고 사랑할수록 실제로 몸의 면역력이 강화돼 암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살펴서, 그 감정에 진실되게 사는 것, 자신의 열정에 따라 두려움 없이 사는 것, 무엇보다 삶을 즐기라는 것이다.
결코 이기적인 사람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자기 사랑은 곧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지구를 치유하는 일이 된다고 한다.
# 임사체험 기록은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대부분은 자신이 살아온 습관, 경험, 교육을 바탕으로 한 무의식의 반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의 체험담에 공감하는 것은 우리 마음 깊숙한 곳 부정성을 바라보는 태도의 전환이다.
그런 부정적 감정이 결코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 역시 나의 일부분이고 그런 것들이 합쳐져 내가 됐으며, 그걸 무시하거나 억압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넘어설 때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오직 ‘내 자신이 되는 것’뿐이었다!…자기 자신이 되는 것, 자신의 진실대로 사는 것, 본디 제 모습인 사랑이 되는 것…”
평소 우린 많은 두려움 속에 산다. 내가 충분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두려움, 다른 사람이 나를 비난하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 내가 편안하게 있으면 뒤처지고 말거라는 두려움, 암에 걸려 삶이 엉망이 되고 말 거라는 두려움, 초라하고 고독한 노년을 맞이할 것 같은 두려움, 바르게 살지 못해 죽어서도 편치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등등…
이런 삶의 무게들을 내려놓고 행복하게 살려면 ‘당신 이웃보다 당신 자신부터 사랑하라’고 그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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