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신호로 해석하면 곤란하다지만…힘 얻는 '2월 기준금리 동결론'
이창용 "경기·금융안정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 정책 있을 때 됐다"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앞으로 금리를 동결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좀 곤란하지 않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3.5%로 올리기로 한 지난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론' 확산에 선을 그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17일 현재 금융권 등에선 오는 2월 열리는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되레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과 이 총재 발언에서 경기 둔화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커졌지만, 금리 인상에 대한 표현은 한층 신중해진 탓이다.
지난 13일 금리 인상 결정 이후 공개된 금통위 의결문에는 지난 의결문에서보다 경기 둔화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커졌다.
의결문은 최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수출이 큰 폭 감소하고 소비의 회복 흐름이 약화되는 등 성장세 둔화가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이 감소로 전환하는 등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 지난해 11월 의결문보다 경기둔화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은은 지난 11월에 올해 경제 성장률을 1.7%로 예측했는데, 금통위 의결문은 이보다 성장률이 낮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 원인으로 4분기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나빴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그간 중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많이 번져 이동이 많이 제약됐다"며 "반도체 경기도 더 하락했고 또 이태원 사태라든지 여러 이유로 4분기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왔다"고 했다.
이에 반해 올해 물가에 대한 전망은 11월과 비슷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연간 상승률은 11월 전망치(3.6%)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이 올해 물가에 대해선 예상된 경로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경기 둔화에 대해선 이전보다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2월 동결론'에 힘을 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의결문에서 지난번보다 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한 표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지난 13일엔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이라는 직접적 표현이 '긴축 기조'로 완화됐다.
또 11월엔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이라는 표현을 써 금리 인상을 암시한 반면, 이번엔 해당 표현을 없애고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 총재의 일부 발언에도 이처럼 달라진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예전에 물가가 5% 이상이었을 때에 비해 (지금은) 물가와 경기, 금융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 정책이 있을 때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 미국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스톱(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없었다"며 "지금은 미국이 페이스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여건이 마련됐다"고도 했다.
물론 국내 물가 상황과 미국의 금리 인상 폭 등 향후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2월 기준금리 동결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3일 금리 인상 결정 당시 금통위원 3명은 3.5%에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머지 3명은 3.75%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주장했다.
이 총재도 물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듯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일축하고 나섰다.
그는 "금리 인하에 관해선, 물가가 저희가 예상하는 수준으로 확실히 수렴해 간다, 정책 목표 상으로 중장기적으로 수렴해 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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