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 묻는 설 명절…"응원하고 격려하는 시간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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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나 응원인 걸 알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쩔 줄 모르겠다. 앉아 있기 불편하고 자리를 피하고 싶다. 안 내려갈 생각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완화로 3년만에 본격 대면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설 연휴 가족 만남을 조심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설날 용인의 시댁을 방문하기로 한 김모씨(42)는 "명절에는 그래도 얼굴을 맞대야 한다"며 "명절에 대가족이 모이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래도 명절엔 음식도 같이 만들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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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취업·결혼 부담 안주지만…그래도 불편해요"
(서울=뉴스1) 유민주 원태성 한병찬 기자 = "관심이나 응원인 걸 알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쩔 줄 모르겠다. 앉아 있기 불편하고 자리를 피하고 싶다. 안 내려갈 생각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완화로 3년만에 본격 대면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설 연휴 가족 만남을 조심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팬데믹 이후 가족 구성원간 '안 봐도 될 합법적인 이유'가 생기면서 교류가 줄고 명절 스트레스가 감소한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 규제가 풀리면서 21일 시작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과거의 명절 스트레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들리고 있다.
7년째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한모씨(33)는 "어른들도 제 눈치를 보며 최대한 질문을 안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코로나 팬데믹과 상관없이 설 지나고 집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진모씨(26)는 "학생일 때는 고향 내려가는게 설렜지만 취준생이 된 뒤 명절 스트레스가 뭔지 알게 됐다"며 "상반기에 취직한 뒤 마음 편히 내려가 인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 때 충주 본가를 방문하려는 한모씨(31)는 "솔직히 말하면 안 내려가고 싶다"며 "결혼, 직장 등 좋은 소리 못 듣는데 하루 종일 음식하고 청소까지 해야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여행을 떠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준비했던 시험에 떨어져 설 연휴에 혼자 경주를 다녀올 예정이라는 김모씨(28)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크게 스트레스를 주진 않는다"면서도 "취업난에 경제마저 안 좋아 나를 걱정해주는 것은 잘 알지만 이미 혼자 걱정을 많이 한 상태라 부모님이 무슨 말을 해도 스트레스가 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 "불필요한 모임 줄여야" vs "명절에 모여야 가족"
팬데믹을 겪은 대다수의 기성세대도 자녀의 방문을 강요하지 않는다.
서울 성북동에 사는 김모씨(49)는 "평소 부모 자식간 유대가 깊고 대화가 많으면 명절 때 오고 안오고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성 세대도 가족모임이 항상 반가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을 피해 미리 본가에 다녀 왔다는 김모씨(64)도 "자녀들이 직장에 얽매어 있다 명절에 자기계발이나 힐링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의 명절 여행에 공감했다.
반대로 명절엔 가족이 모여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설날 용인의 시댁을 방문하기로 한 김모씨(42)는 "명절에는 그래도 얼굴을 맞대야 한다"며 "명절에 대가족이 모이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래도 명절엔 음식도 같이 만들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전모씨(51)는 "코로나를 떠나 가족이 명절에도 왕래를 안하면 '가족이란 과연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씁쓸해했다.
◇ "가족 의미 생각하는 시험대"…배려·존중 필요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면서도 이제는 명절을 가족의 의미를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가족 대화마저 사라지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가족 관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이번 명절이 가족의 새로운 문화, 새로운 관계를 찾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부모 세대는 다른 구성원을 속박하거나 부담 지우지 말고 자녀 세대는 얼굴을 마주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가족은 여전히 순기능을 하는 사회의 중요 토대"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가족이 명절에 만나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고 포용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며 "세대 갈등의 신호가 많기 때문에 말과 행동을 배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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