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국내 지도자 육성이 필요한 까닭은?

김병윤 2023. 1. 17.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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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2022년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끝으로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의 계약 만료로 공석이 된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져 있다. 최대 관심사는 국내 감독이냐, 외국인 감독이냐다. 이 같은 화두에 의견은 엇갈린다. 먼저 국내 감독 옹호론자의 명분은 국내 지도자 육성이다. 한국 축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월드컵 이후 외국인 감독 체제를 고수해 왔다. 이는 라이벌 관계인 일본과는 상반된 정책으로 실로 한국 축구에 주어진 중차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축구가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어 세계 6번째로 10회 연속 FIFA월드컵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16강을 달성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프로축구(K리그)를 통한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 우선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 축구는 대표팀 외국인 감독에만 집착했을 뿐 국내 지도자 육성에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다. 현재 국내 지도자 중 일본과 같이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한국 축구는 이제 국내 감독은 '안 된다'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

궁극적으로 프로축구(K리그)를 통한 선수들의 기량 발전은 외국인 감독이 아닌 국내 감독들의 지도력에 의해 성취됐다. 이에 중국 프로축구를 비롯한 아시아권 진출 한국 지도자들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는 상종가를 기록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물론 FIFA월드컵 도전 무대에 필요한 지도력은 K리그 및 아시아권에서의 지도력과는 차이점이 있다. 그렇지만 한국 축구가 이를 등한시 한다면 한국 지도자는 동기부여에 따른 자기 발전 모색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지도자는 과거와는 다르다. 스스로 축구에 대한 강한 열정으로 무장 지도자로서 자신의 발전을 위한 노력에 매진하는 가운데 세계 축구 흐름에 따른 축구철학 구현에도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2026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공동 개최되는 북중미 FIFA월드컵은 참가국이 기존의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어, 한국의 FIFA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 가능성도 그 만큼 높아졌다. 이에 이제 한국 축구도 국가대표팀 감독에 외국인 감독이 아닌 국내 감독 기용으로 지도자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카타르 FIFA월드컵이 끝난 후 대한축구협회( KFA)는 발 빠르게 변화를 모색했다. 그 모색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영양력이 큰 전력강화위원장에 독일 출신 외국인 마이클 뮐러(58.독일)를 임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1933년 KFA 설립 90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서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지난 11일 밝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원칙 1.전문성 2.감독의 경험 3.감독의 동기부여 4.팀워크 능력 5.환경적 요인 등 5가지와 함께 개인적으로 네트워크와 한국 거주 문제 여부의 소견을 밝힌 점을 유추해 봤을 때 대표팀 외국인 감독 선임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국가대표팀 선임 문제에 국민 절반이 넘는 56%가 '국적은 상관없다'로 답했다는 설문 조사가 발표됐다. 이점을 직시할 때 이번 국가대표팀 선임 건에 국내 지도자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축구는 국내 감독으로 1983년 멕시코 FIFA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U-20세 이하) 4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9년 폴란드 U-20세 이하 FIFA월드컵 준우승의 쾌거를 이루며 한국축구의 자부심과 긍지를 드높였다. 결국 이 같은 자부심과 긍지는 국내 지도자의 지도력의 자산이 되어 현재 한국 축구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물론 선수의 유럽을 비롯한 해외 진출로 인한 실력 및 사고력 향상으로 축구 대표팀 감독 역시 이에 부합하는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볼 때 국내 지도자의 대표팀 감독 선임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축구 발전은 선수들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지도자 육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의 발 빠른 자국 지도자 육성은 한국 축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일본 축구는 한국 축구보다 유럽을 비롯한 더 많은 해외파를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축구가 굳이 대표팀 감독 선임 조건에 해외파 선수 수긍과 납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KFA는 2월까지 대표팀 감독 선임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설령 또 다시 외국인 지도자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는 경우가 도래하더라도 국내 지도자 육성에 필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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