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 등 망막 질환 방치하다간 자칫 실명 위험

권대익 2023. 1. 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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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도둑' 황반변성, 40세 넘으면 13.4% 발생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내장,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환자의 시야 이미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건강에 관심이 많아도 눈 관리를 소홀한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져도 그저 노안이나 피로 때문으로 가볍게 넘기기 일쑤다.

노년기 많이 발생하는 망막 질환도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나 자각 증세가 없지만 방치했다간 시력 저하 뿐만 아니라 시력이 영구적으로 손실될 수 있다.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에게 망막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초기 증상 없는 망막 질환, 실명 위험까지

망막은 뇌와 같은 신경조직이다. 쉽게 머리 속 뇌 일부가 눈 속으로 파견됐다고 보면 된다. 뇌에 문제가 생겨 뇌졸중(뇌출혈, 뇌경색), 치매 등이 발생하듯이 눈 안 신경인 망막에도 출혈이 생기고, 혈관이 막히기도 하고, 신경 기능을 잃을 수 있다. 뇌 질환이 발생하면 마비되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망막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망막에 생기는 질환 중 대표적인 질환으로 망막 중심부인 황반(黃斑ㆍyellow spot)에 발생하는 황반변성(黃斑變成·macular degeneration)과 당뇨병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이다. 특히 40세 이상의 눈 질환 가운데 '나이 관련 황반변성(노인성 황반변성·AMD)은 13.4%나 된다대한안과학회).

이들 망막 질환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병이 상당히 진행되면 시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 한쪽 눈을 가리고 다른 쪽 눈으로 보았을 때 보이지 않는 부위가 있다든지, 구부러져 보인다든지, 밤눈이 어두워지는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를 이용한 황반변성 증상 확인법. 황반변성 환자가 볼 때(오른쪽)는 정상인이 볼 때(왼쪽)와 달리 사물이 휘거나 찌그러져 보인다.

◇ 노화에 의한 망막 질환, 황반변성

황반변성은 마치 치매처럼 망막 중심부에 변성이 생기는 질환이다. 노화로 발생하며 가장 예민해야 할 신경의 중심부에서 더 이상 빛을 보는 일을 못하게 되면서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초기엔 글자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굽어 보이고, 그림을 볼 때 어느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다가 점점 심해지며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다른 망막 질환처럼 황반변성도 초기에는 증상이 심각하지 않기에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경구 비타민제제 복용, 광역학 요법(PDT), 항체 주사 등으로 시력 저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 있지만 이미 나빠진 시력을 원래대로 회복할 순 없다.


◇ 당뇨병의 무서운 합병증, 당뇨망막병증

당뇨병은 망막에 이상을 일으키는 또 다른 주요 원인이다. 망막은 아주 예민하고 얇은 조직이므로 약간의 출혈만으로도 큰 타격을 받는데, 당뇨병은 망막에 출혈을 일으킨다. 당뇨망막병증도 심하면 실명을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관리를 잘 하더라도 10~20년 정도 지나면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수 있어 초기부터 안과 관리가 필요하다.

일단 망막 출혈이 생기면 위치가 중요하다. 망막 중심부까지 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레이저나 약물로 치료해 중심부를 보전해 시력을 지킬 수 있다. 이미 중심부를 침범했다면 경과(예후)가 좋진 않지만 수술이나 레이저, 약물로 중심부 신경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과 기계나 약물 발전으로 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많은 방안이 생겨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 ‘망막’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

사회가 고령화되고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망막 질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노출됐다면 질환을 잘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당뇨병 관리가 잘 된다 해도 진단 후 10~15년이 지나면 눈에 합병증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일찍부터 안과를 찾아 합병증 유무를 확인하고 정기적인 관리를 받아야 한다.

망막 노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싱싱한 채소와 등 푸른 생선 등을 섭취해 영양을 잘 관리하는 것이 좋다. 당근ㆍ브로콜리ㆍ달걀 노른자 등도 망막에 좋은 음식이다.

햇볕이 강한 날에 외출할 때는 되도록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좋다. 자외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망막에 큰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상웅 교수는 “망막 질환 치료를 위해 중요한 것은 초기 단계부터 병을 진단하는 것”이라며 “시력에 약간의 이상이라도 있더라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증상이 심해지거나 좋아지지 않는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황반변성 예방에 좋은 음식]

-색깔이 짙은 과일

토마토 등 빨간색 과일에는 안토시아닌과 함께 리코펜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파인애플ㆍ오렌지 등 노란색 과일에는 베타카로틴이 많으며, 시금치ㆍ브로콜리ㆍ배추 등 초록색은 간 해독에 좋고 노화 예방 효과도 있다.

-커피ㆍ허브차 등

차에 함유된 주요 성분이 ‘플라보노이드’로 항산화 효과가 좋고,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눈에는 항노화 효과도 있다. 커피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ㆍ클로로겐산 등이 들어 있다. 클로로겐산은 노화된 망막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을 준다.

-오메가-3 등이 풍부한 생선ㆍ올리브유

오메가-3 지방산은 망막 조직, 특히 시각세포의 세포막에 높은 비율로 존재한다. 올리브유와 생선 등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대규모 역학 조사에서 생선을 정기적으로 먹는 사람의 노인성 황반변성 발생 빈도가 낮았다.

-영양 덩어리, 콩과 견과류

렌틸콩에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고,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과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심혈관 질환과 치매 예방뿐만 아니라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먹는 검은콩에는 렌틸보다 더 많은 불포화지방과 단백질, 식이섬유가 포함돼 있다.

검은콩이 싫다면 강낭콩이나 팥을 활용할 수 있다. 콩처럼 황반변성 예방에 좋은 것이 땅콩ㆍ캐슈넛 같은 견과류다. 견과류에는 DHA와 같은 망막신경세포막에 꼭 필요한 오메가-3 불포화지방이 풍부하다. 콩과 견과류에는 황반변성 예방에 좋은 미네랄인 셀레니움과 아연도 많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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