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없는 부산 요트장 '시한폭탄'…휘발유통으로 연료 운반 화재 위험
화재 방지 시설 미비…지지부진한 재개발 추진에 현대화 늦어져
(부산=뉴스1) 노경민 강승우 기자 =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주유시설이 없어 외곽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계류장까지 직접 운반해야 해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요트장에서 불이 났는데도 화재 방지 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올해 요트 이용객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수영만 요트경기장에는 계류 선박에 필요한 연료를 공급하는 주유소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유 선박의 경우 외곽 주유소에서 요트장까지 소형 유조차로 운반할 수 있지만, 휘발유 요트는 법적으로 배달이 금지된다. 요트 업자가 가까운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매한 뒤 플라스틱 통에 담아 계류장까지 운반해야 한다.
요트장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걸어서 10분 거리이지만, 값싼 휘발유를 찾는 선주들은 차를 타고 1.3km 떨어진 주유소까지 이동해야 한다. 보통 휘발유를 주유하는 소형 요트는 20L짜리 휘발유 통 3~4개 정도를 한꺼번에 주입한다.
요트 선주들은 화재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마땅한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름통을 옮기다가 놓치거나 휘발유를 약간이라도 흘리면 작은 불씨에도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가 크다.
특히 겨울에는 건조한 날씨와 함께 계류장이 얼어붙어 미끄러질 위험이 있고, 여름에는 요트 이용객이 많아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요트투어 업체 관계자는 “연료를 기름통에 담아 옮기는 것이 불편하고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무거운 기름통을 직접 들고 나르며 손에서 놓치거나 넘어져 연료를 쏟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타지역 요트장의 경우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류장 내 주유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의 A요트장은 2012년 국내 최초로 요트 전용 주유소를 설치해 운영하며 주유기에서 곧바로 선박에 연료를 공급한다. 인천에 위치한 B요트경기장도 2018년 계류장 내에 선박 연료 공급을 위한 주유시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외 취재진이 파악한 다른 지역의 일부 요트장에도 주유시설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긴급 화재 시 불을 끌 수 있는 기구도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트장 출입로마다 소화기가 2개씩 놓여 있지만, 출입로에서 멀리 떨어진 요트의 경우 거리상 소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관리자도 확실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16일 해상 계류장 옆에 있는 육상 계류장(수리소)에서 배터리 과충전으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휘발유로 인한 화재는 아니지만, 해상 계류장과 같이 촘촘한 간격으로 요트가 계류되면서 인접 요트까지 불이 빠르게 번졌다.
육상 계류장에서도 휘발유 주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요트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육상 계류장에는 화재 방지 시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청원경찰이 교대로 현장 순찰을 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며 "화재는 요트 개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관리소에서 요트 전체를 관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휘발유 사용 선박을 위한 연료 대책을 빠른 시일 내에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주유시설이나 화재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배경에는 지지부진한 재개발(현대화) 사업이 있다. 1986년 지어진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2008년 재개발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민간 사업 시행자와 부산시 간 분쟁이 길어져 아직도 재개발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리사업소도 안전·편의시설 확충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재개발 추진이 늦어지면서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철우 영산대 해양레저관광학과 교수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정도의 규모를 가진 마리나는 기본적으로 주유소를 갖춰야 한다”며 “연료를 기름통에 담아 운반하면 화재와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또 “부산시가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마리나 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화재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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