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감독 첫 대작 ‘교섭’ 임순례 “후배 위해서라도 흥행···”

라제기 2023. 1. 1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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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 사건 소재.... 설 연휴 겨냥 18일 개봉
한국 대표 여성감독으로 꼽히는 임순례 감독은 "후배들이 저를 넘어가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18일 개봉하는 영화 ‘교섭’은 순수 제작비가 140억 원가량이다. 마케팅비까지 포함하면 168억 원 정도 투여된 영화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국내 여성감독이 대작 영화를 만들기는 사상 처음이다. 영화계 유리천장 한 곳이 또 깨지게 된 셈. 1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 감독은 “개봉할 때가 되니 제작비가 제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며 “후배 여성감독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흥행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섭’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을 소재로 한다.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찾는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국가정보원 요원 박대식(현빈)의 사연을 그렸다. 관점과 입장이 다른 정재호와 박대식이 대립하다 협조하면서 벌어지는 일이 액션과 스릴을 빚어낸다.

임 감독은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거절을 했다“. “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영화인데, 그에 맞게 상업성과 대중성이 있냐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가 나온 다음엔 마음이 바뀌었다. “한국 상업영화, 특히 대작은 비슷한 이야기만 다루는데, ‘교섭’은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집단이나 개인이 가진 신념은 어디까지 유효한지, 국가의 책임과 기능은 어디까지 작동하는지 등 묵직하지만 표현할 만한 소재를 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임 감독은 “(파슈토어 통역을 하는) 카심(강기영) 같은 허구적 캐릭터를 통해 상업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을 소재로 한 '교섭'은 피랍자의 사연보다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피랍 사건 협상을 맡은 담당자를 만나는 건 불가능했다. 협상 과정과 내용 자체가 대외비라 협상 당사자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임 감독은 “원래 인물 인터뷰를 많이 한 후 연출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아예 없었다”며 “추측과 창조된 캐릭터들로 상세한 협상 과정을 묘사하려 했다”고 말했다.

황정민과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이후 22년 만에 재회했다(황정민은 13일 ‘교섭’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저를 있게 한 영화의 감독님이라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출연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현빈과는 첫 협업이다. 임 감독은 “둘이 사석에서 매우 친밀한 관계이나 이질적인 결을 지닌 점에 주목했다”며 “두 사람이 예전에 보여주지 않은 면모를 나타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지금까지 역할 중 가장 엘리트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 현빈은 정제되고 조형미 있는 모습보다 자유롭고 자기 세계가 확실한 면을 드러내려 했다”.

1996년 영화 ‘세 친구’로 데뷔한 지 27년. 엇비슷한 시기 첫 영화를 선보인 감독들 중 왕성하게 활동한 이는 드물다. 임 감독은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 또는 애정, 연민이 제 영화를 관통한다”며 “관객들이 이런 점을 인정하고 좋아해주지 않나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데뷔 때만 해도 여성감독은 임 감독 혼자였는데, 지금은 크게 다르다. 여성 제작자가 늘었고, 여성감독이 급증했다. 임 감독은 “1993년 ‘세상 밖으로’ 촬영장에서 스크립터로 일할 때만 해도 스태프 30~40명 중 여자는 3, 4명에 불과했다”며 “지금은 여성 스태프가 50%가량, 어떤 경우는 60%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독립영화나 졸업영화를 보면 여성감독들 작품이 정말 뛰어나나 산업으로 진입하는 확률은 너무 떨어진다”며 “여성감독이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투자배급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감독이 주류로 많이 들어와야 한국 영화를 살찌울 수 있다”며 “‘교섭’을 통해 여성감독이 큰 규모 영화를 제어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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