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양곡법 본회의 직행’ 일단 제동

김형원 기자 2023. 1. 1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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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이 직권 상정
野 “원천 무효” 강력반발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인 정점식(오른쪽)·기동민 의원을 따로 불러 대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양곡관리법을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시켜 재논의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여야(與野)는 남아도는 쌀을 세금으로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양곡법)’ 처리를 두고 16일 다시 충돌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양곡법은 문제가 있다”면서 재논의 절차를 추가하자, 지난해 ‘법사위 패싱’을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파렴치한 폭거”라면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면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파행을 거듭했다.

김도읍 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곡법을 법안심사 2소위에 회부했다. 양곡법 자체가 모순점이 있는 만큼 법사위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양곡법은 가격이 5% 이상 떨어지거나 수요 대비 생산량이 3%를 넘어가면 정부가 무조건 쌀을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벼 짓는 농민들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부·여당에선 조 단위의 세금이 투입되는 데다 쌀 과잉 생산이 우려된다면서 반대해왔다. 이와 관련해 김도읍 위원장은 “정부에서 시뮬레이션(예측)해보니 쌀값이 해소가 안 되고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걸로 나왔다”며 “(소위에서) 심도 있는 토론으로 결론 내려달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위원장 독재”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지난달 28일 상임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양곡법 처리는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곧장 넘기도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법사위 패싱’에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미 제명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까지 끼워 넣으면서 논란이 됐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양곡법은 지금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며 “왜 지금에서야 법사위에서 토론하자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당 권인숙 민주당 의원도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폭거”라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양곡법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한 게 문제냐. 아니면 소위에 회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고 결정한 게 문제냐”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법사위 전체회의는 파행됐다. 집단 퇴장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권은) 검찰 독재로도 성이 차지 않는지 위원장 독재까지 감행했다”면서 “양곡법의 법안심사 소위 회부는 원천 무효”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자 또 다른 쟁점법안인 방송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등도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을 날치기 처리했던 민주당이 폭거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면서 “내로남불의 극치이자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반격했다. 나아가 “민주당이 양곡법을 본회의에 곧장 넘기는 과정에서 무소속 윤미향 의원까지 동원한 것은 절차상 하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민주당은 양곡법 본회의 직회부 요건(재적 5분의 3)을 채우기 위해 ‘무늬만 무소속’ 의원까지 이용했다”며 “특히 해당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이름으로 모은 돈을 유용한 혐의로 논란을 빚고 있다”고 했다.

이날 여야 충돌에도 정치권에선 “민주당 뜻대로 양곡법이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본회의에 곧바로 넘겨진 법안은 30일이 지나면 자동 표결에 부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 마음대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여당으로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외에는 양곡법 시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앞서 국민에게 호소하는 차원에서 ‘1차 저지’에 나선 것”이라며 “지금의 국회에선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를 저지할 만한 실질적인 수단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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