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스턴펠스 회장 “위기에 강한 한국, 10년 내다보는 전략 짜라”

김신영 기자 2023. 1. 1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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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위 컨설팅社 맥킨지
밥 스턴펠스 회장 인터뷰

“2023년은 큰 위기와 큰 가능성이 동시다발적으로 닥치고, 이에 대응해 방어와 공격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시기가 될 겁니다. 이런 혼돈의 시기는 10년 앞을 내다보고 과감한 전략을 짜는 기업에 유리합니다.”

세계 최대 전략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밥 스턴펠스(Sternfels) 글로벌 회장은 지난 12일 인터뷰에서 “중장기 투자 전략을 짜서 성공한 경험이 있는 한국 대기업이 올해에는 강점을 제대로 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1994년부터 맥킨지에서 일해온 스턴펠스 회장은 2021년 7월 글로벌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11~12일 한국을 방문한 그는 “혼돈의 시기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면서, 오는 10월 맥킨지 글로벌 콘퍼런스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이번 방한 기간에 확정했다”라고 했다. 전 세계 임원 약 800명이 18개월마다 모여 전략을 논의하는 글로벌 콘퍼런스는 맥킨지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한국에서 이 콘퍼런스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세계 최대 전략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밥 스턴펠스 글로벌 회장은 지난 12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큰 위기와 큰 가능성이 동시다발적으로 닥치는 2023년에는 중장기 투자 전략을 짜서 성공한 경험이 있는 한국 대기업이 강점을 제대로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세계화는 변하고 있을 뿐, 종말은 아니다”

-2023년은 어떤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나.

“인플레이션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성장도 이뤄내야 하고, 탈(脫)세계화 속에 국가 간 상호 교류를 유지해야 하는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가 많은 한 해가 되리라고 예상한다. 몇몇 정부가 붕괴할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반면 긍정적으로 보이는 요소도 있다. 과거 여러 위기 때와 달리 기업의 ‘체력’이 건강한 상태라는 점이다. 경기 둔화를 방어하면서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신기술 투자를 늘리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기업이 과거 위기 때보다는 많아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탈세계화로 인한 타격이 우려된다.

“나는 지금의 상황을 ‘세계화의 종말’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세계화의 정의가 변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세계화를 논할 때 상품 무역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세계는 상품을 넘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데이터·인재 등이 생각보다 매우 견고하게 연결돼 무역을 뛰어넘는, 더 다양한 방식의 세계화가 구축됐다고 나는 판단한다. 이런 연결이 끊어진다면 국가별로 GDP(국내총생산)의 10~40%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세계는 서로에게 기대고 있다. 세계화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은 대(對) 중국 무역 의존도가 25%에 육박할 정도로 커서, 미·중 갈등이 특히 부담이다.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지난 10년 중국과 함께 성장해왔다. 하지만 과도한 의존도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최근의 변화를 과도한 쏠림을 완화할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래 성장성이 큰 인도네시아·인도, 심지어 미국 등으로 교역 상대를 다변화할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한국 중장기 자본투자 경험, 위기에 큰 강점”

스턴펠스 회장은 “여러 해를 앞서서 보고 더 담대하게 투자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본다”고 했다. 20년 된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더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현대차같이 역사가 길고 사업 분야가 다각화된 한국의 대기업이 지금 같은 위기엔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같이 저돌적인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변화 대처 등 미래 기술과 관련해 아직 누가 승자인지를 판가름하기는 이르다. 유일한 승자가 있기보다는 다양한 여러 승자가 공존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등 모빌리티(이동 수단) 분야를 예로 든다면 전기차가 계속 발전하겠지만 (현대차가 강점인) 수소차 또한 이와 맞먹을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한국 기업의 강점과 약점은.

“한국 기업의 강점 중 하나는 단기적인 수익에 집중해야 하는 일부 기업에 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과거 반도체·중공업 등에 대규모 자본 투자를 해서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장기 전략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의사 결정 과정이 느리고 위험 감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건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줄어드는 노동력이다. 출산율을 끌어올릴 해법은 나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의 여성들이 더 일하러 나올 수 있도록 한다면 노동력 감소 문제를 획기적으로 풀 수 있다. 한국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4%에 불과하다. 이는 아시아 평균 19%, 글로벌 26%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남녀 임금 격차가 비교적 크다는 점도 여성을 일터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여성이 일하게 할 방법이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근무 형태의 다양화가 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는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 다양한 업무 방식을 실험하고 익힐 기회가 되었다. 일하는 방법을 창의적으로 바꿔 여성이 더 많이 일하러 나올 수 있게 한다면 한국은 노동력 감소 문제를 혁신적으로 풀어낸 모범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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