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에 뿌리내린 간첩단, 국정원 대공 수사권 복원해야 한다
창원·진주와 제주 등지에 지하조직을 건설해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진보 정당과 노동계 인사들이 모두 북한 공작원 한 명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문화교류국 소속의 김명성이란 공작원이 2016년 창원 총책을, 2017년엔 제주 총책을 각각 동남아로 불러들여 지하조직 건설을 지시했다. 그 뒤 ‘윤석열 규탄’ ‘민노총 침투·장악’ 같은 지침을 지속적으로 내려보냈다. 공안 당국은 김명성의 지시를 받은 지하조직이 남부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 만들어진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김명성은 북한 문화교류국 동남아 거점장으로 알려졌다. 문화교류국도 북의 여러 대남 공작 기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총본산인 정찰총국, 국정원 격인 국가보위성과 인민군 보위국 등이 저마다 대남 공작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국정원 대공 수사권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국정원 요원들이 창원·제주 지하조직의 존재를 알아차린 건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증거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 총책들이 해외에서 북 공작원을 접촉한다는 단서를 잡았고, 접선 현장에서 사진과 녹음 파일 등 물증을 확보했다. 현실적으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 시스템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간첩 사건은 특성상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3년 적발된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은 내사만 3년 넘게 했다. 운동권 출신들이 북한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을 한 ‘왕재산 사건’도 국정원 요원들이 중국 등을 오가며 장기간 추적한 결과였다. 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조직이 국정원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을 간첩 수사나 대북 정보 활동이 아닌 남북 대화 창구로 만들었다. 국정원의 간첩 수사를 방해했다는 증언이 많다. 창원·제주 사건도 문 정부 시절엔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수사팀이 압수 수색이나 체포 필요성을 말해도 수뇌부가 결재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1~2017년 26건이던 간첩 적발 건수가 문 정부 때 3건으로 급감했다. 간첩이 없는 게 아니라 잡을 생각이 없었다.
문 정부는 아예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키로 하고 2020년 민주당 단독으로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 법에 따라 1년 뒤엔 경찰이 대공 수사권을 독점한다. 경찰엔 간첩 수사 경험도 해외 방첩망도 없다.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엔 간첩 수사 노하우가 수십 년 쌓여 있다. 그래서 북한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국정원이다. 국정원이 간첩 수사를 못 하게 하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나.
창원·제주 간첩단이 드러난 뒤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도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국정원이 간첩 혐의를 조작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제 그런 일은 통할 수 없다. 아무리 국내에서 정쟁을 벌이더라도 누군가 나라는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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