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경제 버블과 정치 양극화의 유사성
갖지 않을 확증 편향이
버블 일으키며 위기 불러
가짜 뉴스로 돈까지 버니
틀렸다는 반증 있어도
음모론의 버블 꺼지지 않아
버블은 자산의 내재 가치보다 가격이 높은 현상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버블의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2003년 샤인크만(Jose Sheinkman)과 시옹(Wei Xiong)이 제시한 ‘이견의 동의(agree to disagree)’를 들 수 있다.
이 이론은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의 내재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자신이 더 정확하다는 과신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이 A집단과 B집단 양극단으로 분리되어 상호 대치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럴 경우 자산 가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치 사인이나 코사인 곡선처럼 본질가치를 중심으로 진동하는 행태를 보여주게 된다. 즉 자산 가격이 어떤 때는 저평가되고 어떤 때는 고평가된다. 자산 가격이 저평가되어 있을 경우 이를 인지한 제3의 합리적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를 통해 가격을 끌어올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는 빠르게 해소된다. 문제는 반대인 경우다. 자산 가격이 고평가되어 있을 경우 합리적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통해 고평가를 해소해야 하는데 공매도는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그 규모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고평가는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힘들고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버블이 발생하게 된다.
이 이론의 중요한 시사점은 어떤 특정 시점에는 집단 A가 버블의 수혜를 받게 되고, 다른 시점에는 집단 B가 버블의 수혜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서로 버블을 주고받다 보니 장기적으로 보면 상호 손해 볼 것이 없다. 따라서 집단 A와 집단 B는 계속해서 양극단으로 대치하게 되고 버블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자기 과신이 지속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형성되는 것이다. 투자자가 합리적이라면 사후적으로 자신이 틀린 경우 자신이 과신에 빠졌던 것을 인식하고 이를 수정하는 학습 현상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신이 그러한 편향성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길게 보면 딱히 손해 볼 것이 없다. 상대편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의 견해가 맞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때 그동안 손해 본 것을 다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론의 무서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이론을 강의할 때마다 연상되는 것은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기존의 대의민주주의에 직접민주주의가 접목하는 통로가 형성됨에 따라 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돋움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최근의 정치 양극화 현상을 보면 그야말로 혀를 차게 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 가지 주요 원인으로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유사 언론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극단적인 편파성을 드러내면서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온상이 되어 왔다. 특히 유튜브가 가동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자들에게 유사한 성격의 채널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게 만들어 확증편향을 강화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서 보듯 아무리 이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반증을 보여줘도 소용없다. 전혀 학습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 2010년대 초반 스탠퍼드 대학 출신인 가수 타블로에게 학력 위조 누명을 씌었던 타진요 사태가 이제 정치 현장에서 일상화된 것이다.
이러한 유사 언론인들 중 일부는 공중파, 심지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까지 진출해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뉴스를 퍼트려왔다. 문제는 이를 해소하려 노력해야 할 정치인들이 이에 편승하더니 이제 아예 국회에서 버젓이 이들의 음모론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펼치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배후에는 자본주의, 그것도 천박한 자본주의 원리가 도사리고 있다. 확증편향을 불러일으킬수록 구독자 수가 늘어나고 슈퍼챗까지 덤으로 들어오니 ‘돈’이 된다. 이러니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버블이 형성되고 이러한 버블은 더욱 지지층의 결속력을 강화시킨다. 왜곡된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자기 과신과 확증편향, 학습의 부재, 양극화 지속, 그리고 인센티브의 왜곡까지 상기한 버블 이론과 너무도 유사하다. 다만 버블 이론이 ‘이견의 동의’, 즉 의견이 다른 상대를 ‘상대편(opponent)’으로 인정하되 적대시는 하지 않는 반면 우리 정치 상황은 상대를 적(enemy)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우리 정치, 나아가 우리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합리적 국민이 투표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 적어도 정치인들이 이에 편승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치에 문외한인 필자 입장에서는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균형(equilibrium)’의 회복력(resilience)에 그나마 기대를 걸어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체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직무 정지 통보
- 이재용 2심 재판부 "檢, 부정행위 기준 명확히 해야"
- 인천 사우나 건물서 불… ‘대응 1단계’ 발령하고 진화 중
- 가상화폐 투자사기로 400억원 가로챈 일당 구속송치…피해자만 1만2000명
- 친윤도 “대통령께 부담되는 분들, 스스로 거취 정해야”
- 야구 중계 중 “여자라면 먹고 싶다”…결국 법정제재
- 제주 해상 침몰 ‘금성호’ 실종자 야간수색 돌입
- ‘북한강 토막 살인’ 육군 장교 신상 공개된다… 법원 “손해 발생 우려 없다”
- 대만 활동 치어리더 이다혜 “미행당했다”…경찰에 신고
- 2030 고혈압 90만명인데... 3분의 2는 진단도 안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