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싸움 말리다 아동학대 몰려....전국 교사 1800명이 탄원서
“학생들 싸움을 말리다 욕을 듣고 대신 맞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교실 붕괴는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사가 훈육할 생각이 없다면, 반성하지 않는 반성문을 받고 그냥 넘어갔을 것입니다. 자기 행동을 돌아보지 않는 학생을 (훈계하지 않고) 어떻게 지도해야 합니까?”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 싸움을 제지하다 교실 책걸상을 넘어뜨리고, ‘잘못한 게 없다’고 쓴 학생의 반성문을 찢었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혐의는 ‘아동학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사흘 만에 전국 교사들의 탄원이 1800개 가까이 모였다. 16일 경찰과 광주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아동복지법상 ‘정서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A교사에 대한 탄원 연명에 지난 10~12일 현직 교사 1300여 명이 참여하고 450여 명이 편지를 보내왔다.
문제 행동을 하고 교사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이 있어도 아동학대 신고가 두려워 훈육을 주저하거나 무력감을 경험했던 교사들이, 교단의 이 같은 현실을 헤아려 선처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한 교사는 탄원서에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학생이 저에게 욕설을 하며 의자를 던지고 친구들을 때려도, 대화로 지도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학생은) 상담에서 자신이 촉법소년 나이가 안 돼서 벌을 안 받는다고 말하며 막무가내였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교실에서 학생들 몸싸움을 말리며 책걸상을 밀어 넘어뜨렸고, 학생이 반성문 ‘행동 돌아보기’를 적는 칸에 싸운 내용을 적지 않고 내자 “이렇게 쓰면 안 된다. 다시 써오라”며 훈계하고 찢어버렸다. 이 학생 학부모는 A씨를 정서적으로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이 흥분한 상태라 주목시키기 위해 교실 맨 뒤 책상을 복도 쪽으로 넘어뜨렸지만, 조용해지자 곧바로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A씨를 선처해달라고 동료 교사들이 낸 탄원서에는 평소 학생들을 지도하며 느낀 어려움이 절절히 담겼다. 대구 지역 교사는 “다른 학생의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을 신체적으로 구속하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주의를 분산시키려 책상을 넘어뜨린 것은 다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고, 즉시 학생들에게 사과까지 했는데 아동학대라니 안타깝다”고 적었다. 다른 교사는 “부모에게 (문제 행동을) 알려도 오히려 (부모로부터) 자기 자녀를 차별한다는 얘기를 듣는 게 다반사”라고 썼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을 신체·정서적으로 학대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교사가 실제로 체벌·아동학대로 교육청 징계를 받은 경우는 2021년 기준 71건으로 경찰 신고(1089건) 대비 일부이지만, 최근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학부모가 많아지고, 일단 수사가 시작되면 변호사 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 교사들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높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면 어떤 선생님도 싸우는 학생을 말리거나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큰 손실은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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