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킥보드, 파리선 투표로 존폐 결정

정철환 파리 특파원 2023. 1. 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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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의 유로 포커스]
사고 빈발, 널브러져 보기 싫다
파리 시내의 공유 전기킥보드들.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루브르 박물관 앞 리볼리 거리. 지난 15일(현지 시각) 인도 한편에 10여 대의 공유 전동킥보드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파리 시내 곳곳에서 루브르 박물관에 오기 위해 킥보드를 빌려 탄 관광객들이 아무렇게나 방치해 놓은 것이다.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며 관광객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전동킥보드도 눈에 띄었다. 유모차 옆을 쏜살같이 지나가는 전동킥보드에 놀란 한 어머니가 운전자의 뒤통수를 향해 “당신 제정신이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으로 시내 곳곳에 비치된 전동킥보드를 간편하게 빌려 쓰는 서비스. 1~2㎞ 정도의 짧은 거리를 빠르게 오가는 데 유용해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큰 인기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거리 곳곳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도시 미관까지 해친다는 불만도 크다. 결국 프랑스 파리 시청이 나서서 칼을 빼들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이날 일간 르파리지앵을 통해 “오는 4월 2일 시민 투표를 통해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금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서비스가 편리한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한 불편도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지난 수년간 이어온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의 한 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전동 킥보드의 모습. 거리 곳곳에 방치돼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 뉴스1

현재 파리시에는 라임(Lime)과 도트(Dott), 티어(Tier) 등 3곳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업체가 운영하는 총 1만5000여 대의 공유 전동킥보드가 있다. 면적이 서울의 6분의 1 정도로 작고, 길도 좁은 파리 시내 특성상 공유 자전거와 더불어 대표적 근거리 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출퇴근하는 파리 시민은 물론, 시내를 구경하며 자유롭게 누비려는 젊은 관광객들도 많이 이용한다. 지난해 10월 기준 파리 시내에서만 총 40만명의 이용자가 200만 번 이상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 상당한 문제가 공존한다. 별도의 거치 장소가 있는 공유 자전거와 달리 아무데나 세워 놓을 수 있는 방식이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엔 전동킥보드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공해’처럼 됐다. 인도를 가로막거나, 자동차나 오토바이 주차 공간을 가로막아 실랑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풀이나 장난으로 센(Seine) 강에 던져지는 것도 문제다. 파리 시청 측은 “공유 킥보드엔 대용량의 리튬 배터리가 들어 있어 물과 닿으면 폭발할 위험이 있고, 수질 오염을 일으키게 된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인명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2020년 7명, 2021년 22명이 전동킥보드 사고를 당했다. 특히 2021년에는 31세의 이탈리아 여성 관광객이 전동킥보드 뺑소니 사고로 숨지고, 공유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트럭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 이 때문에 11월부터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를 포함, 총 700여 곳에서 전동킥보드 속도를 시속 10㎞로 제한하는 조례가 실시됐다. 이달고 시장은 “전동킥보드도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마찬가지로) 도로 안전 규정을 지켜야 하지만, 대부분의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규정을 ‘지키는 척’만 한다”고 비난했다.

파리시는 결국 지난해 9월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에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이 안 되면 3월에 만료되는 허가를 갱신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라임·도트·티어 등 3개 업체는 “전동킥보드에 추적 가능한 번호판을 부착해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를 추적,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응책을 제시했다.

파리의 전동킥보드 서비스는 오는 3월 23일 면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파리시는 이를 열흘 정도 미뤄 시민 투표로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금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AFP 통신은 “파리시는 ‘비용 대비 편익’ 측면에서 전동킥보드의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달고 시장도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이 여전히 폭주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이다. 다만 시가 일방적으로 면허 갱신을 취소하면 업체와 투자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보고, 시민 투표라는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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