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수사 경험 살린 ‘형사전문변호사’로서 새로운 삶 시작”

김화영 기자 2023. 1. 1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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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현장 수사관의 경험을 토대로 강력범죄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변호사가 되려고 합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부산경찰청 소속 2명의 경찰관이 변호사 개업에 나선다.

부산경찰청 이구영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2계장(48)과 성호진 현장법률지원계장(45)이다.

이 계장은 "성범죄 등 각종 강력사건의 피해자를 돕는 '경찰 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싶다"며 "피해자가 경찰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재판 때까지 일관된 주장을 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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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경찰관 2명 명퇴 선언
변호사 자격 취득해 전문성 확보
3월부터 본격적으로 변호사 활동
“강력사건 선의의 피해자 돕겠다”
사법시험 통과 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부산경찰청 이구영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2계장(왼쪽 사진)과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부산경찰청 성호진 현장법률지원계장이 최근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 이들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3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형사전문변호사’로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오랜 현장 수사관의 경험을 토대로 강력범죄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변호사가 되려고 합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부산경찰청 소속 2명의 경찰관이 변호사 개업에 나선다. 부산경찰청 이구영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2계장(48)과 성호진 현장법률지원계장(45)이다. 둘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20년 넘게 일선 경찰서의 수사과장 등으로 활동했던 베테랑 수사 전문가다. 조직의 중간관리자급인 경정 계급의 두 계장은 이날 명예퇴직원을 제출하고 부산경찰청 2층 커피숍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남은 휴가를 소진하고 다음 달 28일 공식 퇴직한 뒤 이르면 3월부터 부산지법 앞 법조타운에 함께 사무실을 열어 ‘형사전문변호사로’ 활동하겠다는 것이 둘의 계획이다.

이 계장은 약 15만 명의 전국 경찰관 중에서 드문 사법시험 통과자다. 경찰대 13기로 1997년 임관한 뒤 부산 일선 경찰서의 경제팀과 교통사고조사팀 등에서 근무하다가 더 전문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심층 법률지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2009년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은 두 번 떨어진 뒤 2011년 사법시험을 패스했다.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실무교육을 받고 서울 동부지검에서 3개월 시보로 활동한 뒤 2015년 부산경찰에 복귀했다.

이 계장은 ‘주요 사건사례집’ 제작을 사법시험 통과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는다. 해운대서와 부산진서 등에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며 맡은 수사 전반의 진행과정을 낱낱이 기록했다. 수사과장으로 활동하던 시기 매년 300쪽 분량의 사례집을 1권씩 제작해 총 3권이 만들어졌다.

이 계장은 “모든 경찰관이 열심히 수사해 사건을 송치하지만, 검찰과 법원을 거치면서 당초 경찰의 사건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잖았다”며 “증거 수집 과정에서부터 어떤 점을 놓쳐선 안 되는지 등을 기록했고, 인사이동 때 수사관들에게 사례집의 파일을 전송해 앞으로 수사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경찰 조직에서 받은 것이 많아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근무했지만, 이제는 지쳤다”며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후배 경찰들에게 ‘사건 앞에 겸손하기’를 주문했다. 이 계장은 “경찰은 사건을 잘 안다며 절대 자신감을 가져선 안 된다”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수사를 밀어붙이면 인권침해 등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계장은 “성범죄 등 각종 강력사건의 피해자를 돕는 ‘경찰 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싶다”며 “피해자가 경찰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재판 때까지 일관된 주장을 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장과 같은 날 명예퇴직원을 낸 성 계장은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경찰대 17기로 2001년부터 근무했던 그는 2013년 로스쿨에 진학해 3년 공부를 한 뒤 2016년 변호사시험을 통과했다. 성 계장은 “경찰 수사의 진행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다른 로스쿨 출신 변호사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사건의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게 최선을 다해 변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찰청에 총 4명이었던 경정 이상의 ‘변호사 경찰’은 2명의 명예퇴직으로 김두성 부산경찰청 수사심사담당관과 송창민 부산진서 수사1과장 등 2명이 남게 됐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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