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이천 물류센터에 사람이 사라졌다
지난 10일 경기도 이천의 CJ대한통운 이천 풀필먼트센터(보관·배송·반품 등 물류 서비스를 총괄하는 일괄 물류센터) 3층. 로봇청소기 모양의 자율이동로봇(AMR)이 택배 상자를 쌓아놓은 선반을 번쩍 들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AMR은 몸체에 장착된 라이다 센서로 벽과 기둥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가며 이동해 선반을 물류센터 안으로 옮겼다. AMR로부터 작업을 이어받은 것은 ‘다관절 로봇’. 3개의 카메라로 상자 위치를 파악한 다관절 로봇의 로봇 팔이 빨판처럼 생긴 흡착기로 상자를 집어 레일에 올렸다. 레일을 타고 간 상자들은 셔틀 무인운반차(AGV)에 실려 초속 1.5m의 속도로 이동했다. AGV는 택배 상자 바코드를 인식해 상자가 놓일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 그리고 사람 키 2~3배 높이의 선반에 자동으로 상자를 얹고 내리는 작업을 반복 수행했다. 택배 상자 입고부터 분류, 적재까지 사람의 손을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오는 2월 본격적인 자동화 운영을 시작하는 CJ대한통운 첨단 물류센터의 모습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급격히 성장한 택배 시장이 최첨단 기술을 앞세워 ‘물류 3.0′ 경쟁에 돌입했다. 앞다퉈 거점 물류센터를 확보하던 ‘물류 1.0′, 배송 속도를 위해 도심 근거리 물류센터 확보 경쟁을 하던 ‘물류 2.0′을 지나, 안전성과 효율성 개선을 위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라이다 기술, 스마트 공장에 도입되는 협동로봇과 다관절로봇, 첨단 IT 기기에 장착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사람 손 거치지 않는 자동화 센터
CJ대한통운이 공개한 이천 풀필먼트센터는 네이버의 리셀(재판매) 플랫폼 ‘크림’ 전용센터로, CJ대한통운의 첨단 물류 기술이 집약돼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6개월 동안 CJ대한통운의 첨단 물류기술 연구소가 개발한 셔틀AGV와 다관절로봇 등 첨단 기기의 현장 적용 과정을 점검했다. CJ대한통운은 희소성 있는 한정판 운동화나 명품 티셔츠 같은 제품을 취급하는 네이버 ‘크림’의 특성에 맞춰 전용 센터를 만들었다. 이 센터에서는 1만8000개의 상품을 보관할 수 있고, 하루 4400개의 상품을 입출고할 수 있다.
입고는 시간당 300개, 하루 4400개의 상자를 처리할 수 있는 다관절 로봇이 진행하고, 셔틀AGV가 상품을 선반에 보관·픽업한다. 셔틀AGV는 이 센터 바닥에 바둑판처럼 표시된 좌표를 통해 스스로 이동한다. 장성준 TES물류기술연구소 연구원은 “택배 상자를 옮기는 AMR에는 자율주행차량에 쓰이는 라이다 센서가 적용돼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고, 셔틀AGV는 물류업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의 첨단 기술 경쟁
택배업체들이 기술 경쟁을 벌이는 것은 물류센터 ‘숫자 경쟁’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290개), 한진(151개), 롯데글로벌로지스(201개), 쿠팡(100여 개) 등 전국에 물류 거점을 확보했다.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한진은 올해 완공 예정인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에 스마트 기술을 집중하고 있다. 이곳에는 사람이 운송장을 일일이 보지 않아도 자동으로 바코드를 판독해주는 ‘3D 자동 스캐너’와 목적지별 자동 분류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택배 기사들이 배송을 위해 이동하는 동안 수집되는 도로 현황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도 추진한다.
지난해 첨단 기술을 도입한 자동화 센터 세 곳을 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앞으로 여는 모든 물류센터를 ‘자동화센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작년 문을 연 중부권 메가허브 터미널과 이천자동화센터, 양산자동화센터에는 ‘AI 3분류 시스템’과 목적지별 사전 분류와, 물건을 차에 싣는 상차를 최단 경로로 분배하는 ‘프리소팅’ 기술이 업계 최초로 적용됐다.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갖춘 쿠팡은 AI와 기계학습(머신러닝) 같은 기술 자동화에 1조2500억원을 투자했다. 하루 최대 10만개의 상품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오토소터’와 물품별 최적의 진열 위치를 정해주는 ‘랜덤스토’ 기술로 작업자의 효율을 높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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