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對面 결승… 양딩신이냐, 딩하오냐
새해 첫 메이저 세계 바둑 챔프가 2월 초 탄생한다. 1월 30일 베이징 중국기원서 시작되는 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이 그 무대. 양딩신(楊鼎新) 9단과 딩하오(丁浩) 9단이 3번기로 우승 상금 3억원의 주인을 가린다.
관록에선 양딩신이 앞선다. 세계 메이저 결승만 네 번째 진출이다. 2019년 제23회 LG배 때 세계 제패 경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결승은 6개월 정직(停職) 사태에서 치러야 한다. 지난 연말 동료 기사 리쉬안하오를 AI(인공지능) 치팅범으로 지목했다가 중국바둑협회에서 징계당했다.
LG배 결승이 이 기간에 포함되지만 예외적으로 출전이 허가됐다. 중국협회는 LG배 직후 열리는 갑조리그도 단체전이란 이유로 양딩신의 참가를 허용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저런 변수가 그의 컨디션 조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딩하오는 2019년 TV아시아선수권 준우승이 국제 대회 최고 성적. 하지만 이번 대회서 김지석 김명훈 강동윤을 차례로 누르고 처음 메이저 결승 고지를 밟는 등 상승세다. 한때 중국 랭킹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두 기사는 총 12번 맞붙어 6승 6패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20년 11월까지는 양딩신이, 그 뒤 현재까지는 딩하오가 각각 5승 1패로 우세했다.
이번 결승은 24회 LG배(신진서·박정환) 이후 처음 대면(對面) 방식으로 진행된다. 온라인 아닌 바둑돌로 치르는 결승은 3년 만이다. 중국 주최 대회 마지막 대면 결승은 21년 5월의 제4회 몽백합배(미위팅·셰커)였다.
LG배 중·중 결승은 이번이 여섯 번째. 한·중 양국 LG배 우승 횟수는 12대12 동률이 됐다. 다음은 ‘딩딩 결승’을 앞둔 두 대국자가 본지 공통 질문에 회신해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양=양딩신, 딩=딩하오).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
양=대국도 없고 훈련도 안 하고 있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 대국 때의 계가나 AI와 치르는 대국 초중반 감각은 무난한 느낌이다.
딩=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대국이 뜸해 승부 감각이 무뎌졌는지 요즘 큰 실수가 많다.
▨결승 스코어 예상은?
양=누가 이기건 2대0으로 끝날 것 같다.
딩=최종 3국까지 가지 않을까. 지금 상태라면 좀 비관적이어서 남은 기간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상대방의 장·단점에 대해.
양=딩하오는 모든 면에서 강하고 AI 이해도가 깊다. 자신만의 바둑관(觀)도 확고하다. 두터운 기풍으로 후반도 강하다. 다만 복잡한 국면에서 초읽기에 몰리면 약간 실수가 나온다.
딩=양딩신은 바둑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뛰어나고 약점이 잘 안 보인다. 예전엔 복잡한 국면을 싫어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거칠고 사납게 바뀐 느낌이다.
▨작전 일부라도 공개할 수 있나.
양=몸과 마음을 잘 다스릴, 더 효율적인 훈련 방법을 찾고 있다.
딩=판수를 늘려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AI를 연구한다. 빨리 초읽기에 몰리지 않아야 한다.
▨결전에 임하는 각오.
양=바둑은 세계 우승자만 기억하는 종목이어서 꼭 이기고 싶다. 최근 2년간 국제 무대에선 좋은 바둑을 두며 경험을 쌓아와 걱정은 안 한다. 실수를 줄이고 결정적 순간 실력을 발휘하고 싶다.
딩=첫 세계 대회 우승 기회여서 부담스럽지만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승부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굴레에서 벗어나 관전자 자세로 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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