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라흐마니노프의 해… 연중 내내 ‘피아노 순례’
올해는 러시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탄생 150주년이자 타계 80주기. 기념과 추모의 의미를 담아서 후배 피아니스트들이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순례에 잇따라 나선다.<그래픽> 이들에게 딱 한 가지 공통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음악 인생에 라흐마니노프는 어떤 의미입니까?’
[기쁜 순간엔 그가 곁에 있었다]
피아니스트 김홍기(2013 윤이상 콩쿠르, 2019년 홍콩 콩쿠르 1위)
“서울예고 3학년 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학교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당시 협연곡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3악장이었다. 그 뒤 국제 콩쿠르 결선에서도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협연했다. 고교 때 협연부터 콩쿠르 우승까지 삶의 기쁜 순간에 항상 곁에 있었던 작곡가다.
처음엔 화려하고 기교적이거나 서정적인 면에 이끌리지만, 갈수록 작곡가 내면의 복합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고뇌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으로 올해 작곡가의 전주곡 전곡을 처음으로 무대에서 연주한다.”
[쉽게 정복 허락하지 않는 산맥]
피아니스트 박재홍(2021년 부조니 콩쿠르 우승)
“초등학교 5학년 때 음악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들이 흘러 나왔다. 곧바로 서점에서 협주곡 악보를 사서 쳐 보았지만 그 나이에는 손가락이 끝까지 닿질 않았다. ‘왜 이렇게 손가락이 작게 태어났냐’고 어머니께 생떼 쓰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얼굴이 후끈거린다(웃음).
피아니스트들에게는 등정하고 싶어도 쉽게 정복을 허락하지 않는 험난한 준령과도 같은 작곡가다. 하지만 그의 피아노 곡을 연주하면 ‘피아노를 잘 치는 작곡가’라는 걸 대번에 느낄 수 있다. 무척 어려운 대목인데도, 손가락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서 도무지 도망가거나 변명할 구석이 없다.”
[하루 세 곡 치고서 탈진하기도]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2005년 홍콩, 2012년 하마마쓰 콩쿠르 우승)
“열 살 때 처음 참가한 콩쿠르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가운데 한 곡을 쳤다. 꼬마 시절에도 즐겨 쳤는데 여름방학 내내 집에서 그의 협주곡을 혼자서 끙끙거리며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나도 무척 괜찮은 피아니스트였는데(웃음)….
간과하기 쉽지만 그는 대단히 영적(靈的)인 작곡가다. 모든 성부(聲部)가 아름답게 노래하는 작곡가의 무반주 합창곡에서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종종 라흐라니노프 협주곡 두세 곡을 연달아 쳤는데 올해 작곡가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서 건너뛸 수는 없었다. 세 곡 연속 협연은 괜찮은데, 치고 나면 탈진하고 마는 후유증이 남는다.”
[그의 곡 듣고 피아노 전공 결심]
피아니스트 김도현(2021년 부조니 콩쿠르 2위)
“초등학교 때 청주에 살았는데 서울 올라오는 길에 언제나 들었던 곡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다. 언뜻 화려하게 보이는 곡 이면에 깊은 서정성이 담겨 있다는 점을 깨닫고서 마음 울컥했다. 여덟 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지만 전공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된 곡이다.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로서도 적잖은 음반을 남겼다. 이 때문에 작곡가뿐 아니라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템포를 늘렸다가 당기는 그의 루바토(rubato)를 통해서 연주자라면 마땅히 자신만의 고유한 호흡과 언어를 지녀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유려한 서정성이 작품에 담겨 있어서 흔히 ‘최후의 낭만주의 작곡가’로 불린다. 190㎝를 훌쩍 넘는 장신과 큰 손을 지니고 있어서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영화 ‘샤인’에서 주인공인 피아니스트가 협연을 마친 뒤 쓰러지는 곡이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의 결선 연주곡으로 당시 실황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947만건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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