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21] 검색의 종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침착하고 능력 있는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최근 구글 임직원에게 ‘코드 레드’, 그러니까 긴급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무슨 일 때문일까? 최근 개발된 초거대 인공지능 덕분에 인터넷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한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본질적으로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초기 인터넷 서비스들은 대부분 유료였다. 더구나 인터넷 사용을 위해 비싼 구독료를 낼 만한 소비자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물론 광고를 허용하면 되겠지만, 당시 사용된 ‘배너 광고’는 콘텐츠 소비에 방해가 되고 바이러스와 피싱에 악용되기까지 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스탠퍼드 대학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인터넷 사이트들의 연결 패턴이 특정 확률분포를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만약 검색 결과의 랭킹을 기업이 스폰서링한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페이지와 브린이 1998년 창립한 구글은 그 어느 검색 엔진보다 정확하게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기 시작한다. 덕분에 여전히 90%가 넘는 글로벌 소비자는 구글 검색 엔진을 선호하고 구글은 인터넷 광고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 구글은 사실 광고회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질문해 보자: 우리는 왜 검색 엔진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걸까?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찾는 것은 어렵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검색 엔진은 원하는 답이 실려 있는 사이트를 효율적으로 찾아주는 ‘도구’였지, 질문에 대한 답 그 자체를 찾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만약 초거대 인공지능 기술로 무장한 챗GPT 같은 기계가 단순한 검색을 넘어 소비자가 원하는 답을 찾아주고 자연어로 정리해 줄 수 있다면?
2022년 말 공개된 챗GPT 초기 버전의 놀라운 능력을 고려한다면 3년, 5년 뒤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은 어떨까? 구글 경영진의 잠을 설치게 하고 있는 ‘검색의 종말’이 더 이상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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