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도 4% 됐는데… 증권사·車할부 금리만 왜 고공행진?

김효인 기자 2023. 1.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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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점차 안정되는데, 국민 체감 금리는 ‘한겨울’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한전채 금리가 2개월 만에 6%에서 4%로 떨어졌고, 지난 12월 5.5%를 넘었던 기업어음(CP) 금리도 4%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자동차 할부 금리와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금리 등 국민들의 일상 생활과 직결되는 금리는 여전히 오름세여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돈줄이 말랐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정부가 긴급 대책까지 쏟아냈던 자금 시장 경색이 완화되고 있지만, 일부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한전채 금리 4%, 안정 찾는 자금 시장

16일 한전채 입찰을 마감한 결과, 2년 만기는 발행 금리 연 4.0%에 1900억원이, 3년 만기는 연 4.050%에 2200억원이 낙찰됐다. 지난해 10월 말~11월 초 발행 금리가 연 5.99%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2%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2%대였던 작년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만, 시장에서는 곧 한전채 발행 금리가 3%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CP 금리도 지난 9일 2개월 만에 4%대로 내린 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CP 금리는 지난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등세를 보이며 11월에는 5%를 돌파했었다.

급등세를 보였던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도 지난 11월 7일 연 6.09%로 최고점을 경신한 후 하락해 지난 13일에는 연 4.78%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단기 시장 금리는 지난해 11월 24일 기준 금리 인상에도 하락했는데, 기준 금리 인상이 선반영됐고 연초 기관의 자금 집행에 따라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떨어졌다”며 “특히 CP 금리는 시장 안정 대책 효과에 따른 신용 경계감이 완화돼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할부·신용융자 금리는 고공 행진

채권 금리는 하락세지만 정작 개인들이 체감하는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융자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4%대였던 대출 금리가 대부분 10% 안팎이 됐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의 주식을 담보로 주식 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대출 서비스다. CP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본으로 가산 금리를 더해 금리를 책정하는데 CP, CD 금리 내림세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전채 금리를 바탕으로 하는 자동차 할부 금리도 계속 오르는 중이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나 캐피털사는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대출해 줘 수익을 얻는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 11월 이후 내리고 있지만 일부 카드사와 캐피털사는 올해 들어서 할부 금리를 추가로 인상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현대자동차 그랜저 차량을 현금 10%, 36개월 할부로 구매할 경우 할부 금리 상단이 6.6~12%에 달한다. 여신사 관계자는 “할부 금리 산정에는 조달 금리뿐 아니라 차후 리스크, 서비스 운영 비용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회사별로 사정에 맞춰 인상한 것”이라며 “여전사들은 자금 조달이 여전히 힘든 상황이어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코픽스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한편 이날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지표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 조달 비용 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해 약 1년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29%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전달인 11월 신규 코픽스는 4.34%로 2010년 공시 이래 최고치였다. 시중은행들은 17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에 낮아진 코픽스 금리를 반영한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코픽스 상승세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 시장의 안정과 더불어 금융 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령도 대출 금리 상승세를 둔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기준 금리 인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를) 계속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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