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쐈다” 성과급 1000% 회사

신은진 기자 2023. 1.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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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보너스 시즌, 업종별 실적 따라 엇갈린 표정

오는 31일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 지급을 앞둔 삼성그룹 임직원이 술렁이고 있다. OPI는 연간 경영 실적을 기준으로 초과이익 20% 한도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데, 삼성전자 본사 경영지원직의 경우 지난해 절반 수준인 20%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연봉의 50%까지 성과급을 받았던 삼성전자 스마트폰·TV 사업부는 연봉의 20~30%대 수준으로, 실적이 악화된 가전사업부는 지난해 36%에서 올해는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전년 성과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IB(인센티브 보너스) 시즌’ 분위기가 올해는 작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IT 업계발 연봉 인상 러시 탓에 대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성과급을 올렸던 지난해와 달리, 업체 간 인상 경쟁은커녕 성과급 규모가 잇따라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 옛날이여”… 성과급, 연봉 협상 앞두고 1년 만에 분위기 급반전된 IT 업계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연봉의 50%를 OPI로 받았다. 특히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린 메모리사업부는 기본급의 300%에 해당하는 추가 특별 보너스까지 챙겼다. 여기엔 SK하이닉스와 경쟁 분위기도 크게 작용했다. 젊은 직원들이 연봉과 성과급을 둘러싸고 “수원 갈비집(삼성전자)보다 이천 쌀밥집(SK하이닉스)이 낫다”며 불만을 터뜨리자 특별 보너스까지 지급했다. SK하이닉스도 보너스로 기본급 300%에 추가 1000%를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는 두 회사 모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을 기본급 100%에서 50%로 감축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와 같은 1300% 성과급(PS) 지급은 기대하기 어렵다. 곽노정 사장은 임직원과의 자리에서 “3분기까지 기준으로는 성과급 규모가 700%로 추정된다”고 말했지만, 지난 4분기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60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그룹은 “그나마 지난해엔 선방한 수준”이라며 실적 악화가 본격화되는 올해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대기업 인사팀 담당자는 “기업들의 실적은 이미 꺾이기 시작했는데, 코로나 특수를 겪으면서 직원들의 연봉·성과급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 올해 연봉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로템·위아·트랜시스 등 현대차그룹 11사 노조는 최근 전 직원 격려금 지급을 위한 공동 투쟁을 결의하고 정의선 회장 앞으로 면담 요청서를 보냈다. 주력인 현대차·기아가 전 직원에게 400만원 격려금을 지급하자 “모든 계열사가 중요하다. 우리도 똑같이 400만원을 달라”며 면담 요청을 한 것이다.

◇정유 업계는 1000% 성과급에 표정 관리… 같은 그룹 내에서도 성과급 논쟁

대부분 업종이 경기 침체 여파로 우울한 상황이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정유 업계는 표정 관리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모든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난해엔 기본급의 600%를 지급했는데 40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이 2조7770억원으로 2021년(8516억원)보다 226% 증가하자 성과급 규모도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월 기본급의 100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한 SK이노베이션도 성과급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22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4조6822억원으로 2021년보다 160%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도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186% 증가해 상당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정유 업계가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성과급을 받는 것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횡재세가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서민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다니며 고생했는데, 정유사들은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며 “정유사들의 과도한 수익 창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과급 격차가 크다 보니 같은 그룹 내에서도 불만과 갈등이 속출했다. 현대오일뱅크와 같은 그룹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우리는 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인데 성과급이 170%에 불과하다.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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