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물 품앗이

강필희 기자 2023. 1. 1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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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국빈 방문 중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토후국 가운데 하나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만큼 먹는 물의 소중함도 절실해졌다.

먹는 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수돗물을 계속 틀어놓은 채 칫솔질이나 샤워를 하는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직장이나 대중목욕탕에서 종종 시비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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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국빈 방문 중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토후국 가운데 하나다. 막 국제도시로 각광받기 시작할 무렵 취재차 갔던 이 도시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커다란 야자수 밑에서 분수처럼 퐁퐁 물이 샘솟는 모습이다. 가로수 물을 이런 식으로 주고 있었다. 사막 지역인 UAE는 대표적인 물 기근국이다. 석유보다 비싼 물을 이렇게 헤프게 쓰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귀한 물을 바닥에 뿌릴 정도니 두바이가 얼마나 부유한지 알겠죠.” 물을 대하는 방식이 국부를 재는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이때 처음 깨달았다.


우리나라에선 1994년 헌법재판소가 행복추구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판결하기 전까지 먹는 샘물, 일명 생수의 내국인 판매가 불법이었다. 유럽에선 식당에 가도 물을 공짜로 내주는 법이 없다거나 페트병에 담긴 물을 따로 사먹어야 한다는 배낭족들의 경험담을 신기해 하던 시절 얘기다. 그러다 낙동강 페놀 사건이 터졌다. 국내 유명 맥주 제조회사가 낙동강에 페놀이라는 독성 폐수를 버린 것이다. 생수 판매 합법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만큼 먹는 물의 소중함도 절실해졌다. 이 무렵 맛 좋고 깨끗한 생수라며 계곡물을 그냥 퍼다 내파는 비양심 업체들이 난립해 기자들의 단골 취재거리가 됐다.

행정안전부가 어제부터 먹는 물 기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까지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남부지역 섬 주민들에게 식수를 기부해 달라는 것이다. 판매 중인 생수나 지자체 생산 수돗물도 가능하다. 대상지는 경남 통영과 전남 완도다. 통영의 경우 최근 1년 누적 강수량이 1039.8㎜로 평년 67.7%다. 저수지 지하수가 거의 고갈 상태다. 통영 6개 섬 주민 3000여 명이 몇달째 제한급수를 받는 형편이다. 완도는 1년 강수량이 756.8㎜로 평년 49.5% 밖에 안 된다. 최근 몇년새 보기 힘든 가뭄이다. 8만여 명이 제대로 마시지도 씻지도 못한다.

먹는 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이 낙동강 물을 놓고 갈등 상태다. 중동까지 갈 것 없이 이미 국내산 프리미엄급 생수 가격도 기름값 못지 않다. 수돗물을 계속 틀어놓은 채 칫솔질이나 샤워를 하는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직장이나 대중목욕탕에서 종종 시비가 붙는다. 내일을 모르는 기후변화 시대를 살면서 자원을 낭비하기까지 하면 품앗이 정도로는 해결 안 될 재앙이 진짜 닥칠지 모른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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