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06>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중국영화 ‘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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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중국영화를 봤다.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한 중국산 SF 코미디 블록버스터 영화 '문맨'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7000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고 한다.
삐딱하게 보자면, 결국 달에 홀로 남은 전현무를 닮은 중국 남자(실험용으로 데려온 캥거루 한 마리도 함께)가 희망 없는 지구 생존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크게 거부감 없이 공감될 만큼 어쩔 수 없이 웃기고 울리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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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중국영화를 봤다. 체감상 거의 100년 만에 보는 것 같다. 중국영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사라진 건, 언제부턴가 중국 영화계가 해외 관객들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내수용 영화만을 고집스럽게 양산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한 중국산 SF 코미디 블록버스터 영화 ‘문맨’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7000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고 한다. 관객 수만 대한민국 전체 인구를 훌쩍 넘어선다.
망설임 끝에 다시 중국영화를 감상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 영화가 ‘마음의 소리’로 널리 알려진 웹툰 작가 조석의 또 다른 걸작 ‘문유’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이다. 원작 웹툰 ‘문유’를 사랑했던 팬으로서 이 작품을 중국이 어떻게 망쳐놨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분하지만 재밌다.
주인공 독고월은 달 기지에서 일하는 정비사다. 수많은 운석이 달로 쏟아지기 직전, 탈출하는 우주선을 놓치고 달에 홀로 남겨진다. 망연자실 하늘을 바라보다 거대한 운석과 충돌해 지구가 멸망하는 장관을 직관한다. 원작에 없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끼얹는 건 한국의 콘텐츠에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다소 유치해 보이기도 하는 좌충우돌 슬랩스틱 코미디는 그 옛날 주성치의 추억이 느껴져 오히려 반갑기도 했다.
삐딱하게 보자면, 결국 달에 홀로 남은 전현무를 닮은 중국 남자(실험용으로 데려온 캥거루 한 마리도 함께)가 희망 없는 지구 생존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크게 거부감 없이 공감될 만큼 어쩔 수 없이 웃기고 울리는 영화다. 이런 재미난 원작을 선점하지 못한 충무로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다. 만약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면 원작 웹툰의 개그 코드를 더 잘 살려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다.
국내 개봉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중국과는 달리 국내 관객은 아직 만 명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걸 보니 역시 국내 흥행은 틀린 것 같다. 어쩌면 중국영화들이 그간 쌓아온 높고 단단한 성벽과 같은 선입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허나 천편일률적인 중국식 계몽영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느껴져 기대와 경계가 동시에 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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