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서 킹의 외침 60년, 두쪽난 美… 가스레인지 규제 충돌까지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1.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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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1963년 '나에겐 꿈이 있다'로 시작되는 명연설을 한 후 꼭 60년이 흘렀지만 미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킹 목사의 생일이자 그를 기념하기 위한 연방 공휴일을 하루 앞둔 15일 현직 미 대통령 최초로 킹 목사가 1968년 암살되기 전까지 목회를 했던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버니저(에벤에셀) 침례교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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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현직 첫 루서 킹 교회 찾아
공화 겨냥 “민주주의-독재 중 선택”
공화당, 기밀유출 등 공세수위 높여
낙태-이민-총기 등 갈등 전선 확대
루서 킹 교회 찾아 손 맞잡은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5일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생전 목회를 했던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버니저(에벤에셀) 침례교회를 찾아 이 교회 담임목사 겸 조지아주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왼쪽에서 세 번째), 키샤 랜스 보텀스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전 애틀랜타 시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과 손에 손을 맞잡고 있다. 최근 부통령 시절의 기밀문서 유출 논란으로 위기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와 독재 중 선택하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애틀랜타=AP 뉴시스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1963년 ‘나에겐 꿈이 있다’로 시작되는 명연설을 한 후 꼭 60년이 흘렀지만 미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킹 목사의 생일이자 그를 기념하기 위한 연방 공휴일을 하루 앞둔 15일 현직 미 대통령 최초로 킹 목사가 1968년 암살되기 전까지 목회를 했던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버니저(에벤에셀) 침례교회를 찾았다. “민주주의와 독재 중 선택하라”고도 외쳤다. 사실상 자신을 지지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주장한 셈이다.

하원 다수당이 된 야당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 유출,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 가스레인지 규제 가능성 등을 두고 사사건건 맞서고 있다. 문서 유출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에 착수할 뜻도 밝혔다. 양측의 대치가 본격화하면서 이미 ‘문화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는 낙태, 이민, 총기 등 기존 갈등 의제를 둘러싼 대립 또한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바이든 ‘문서 유출 논란’ 증폭

문서 유출로 위기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킹 목사는 나의 영웅”이라며 “그는 시민권과 투표권을 위해 싸웠다. 그의 목표는 미국의 영혼을 되찾는 것이었다”고 했다. 공화당이 흑인 유권자가 주로 요구하는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우리는 민주주의냐 독재냐의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한다. 이제 미국의 영혼을 구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야당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기밀문서에 관한 의회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장 또한 문서가 유출된 바이든 대통령의 델라웨어주 자택, 개인 사무실 등에 대한 출입자 기록 제출을 요구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국정연설에 앞서 2024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할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잇따른 문서 유출 논란이 그의 재선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 가스레인지 규제 논란도 격화

매카시 의장은 연방 부채 한도 증액에 대해서도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이 먼저라며 행정부에 협조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의회가 정부 부채 상한선을 증액하지 않으면 19일부터 재정적자 한도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 간 대립은 가스레인지 사용 금지 논란으로도 불붙었다. 최근 리처드 트럼카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CS) 위원이 실내 오염 등 가스레인지의 유해성을 이유로 사용 금지 여부를 검토할 뜻을 밝히자 공화당 지지층과 에너지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총기에 이어 에너지 업계에도 과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총기 규제 반대 시위 때 주로 썼던 ‘몰론 라베(Molon Labe·그리스어로 ‘와서 가져가라’는 뜻)’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니 잭슨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은 “백악관 미치광이들이 내 가스레인지를 가져가려면 나를 죽여야 할 것”이라며 반대 청원을 올렸다.

레너드 스타인혼 미 아메리칸대 교수는 CNN에 “군대를 제외하면 TV 화면만이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통합된 곳”이라며 인종, 계급 갈등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12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는 “킹 목사의 연설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답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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