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대신 청바지 회화… 그림으로 보는 여행명소…

김민 기자 2023. 1.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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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현대미술, 국내 주요 여행지의 모습을 담은 회화와 사진,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풀어낸 일러스트까지. 장르별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볼 만한 눈에 띄는 전시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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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앞 관객 기다리는 전시회
태국 출신 아룬나논차이 개인전
화가-사진가 등 참여 ‘국내여행’전
DDP선 장 쥘리앵 ‘그러면, 거기’전
태국 출신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와 그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에서 선보인 ‘역사 회화’. 국제갤러리 제공
문명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현대미술, 국내 주요 여행지의 모습을 담은 회화와 사진,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풀어낸 일러스트까지…. 장르별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볼 만한 눈에 띄는 전시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가 열리고 있다. 아룬나논차이는 태국의 역사나 동양의 샤머니즘 등 토속 문화를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해 주목받는 작가다. 지난해 영국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을 선정한 ‘파워 100’ 중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화려한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영상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드론의 시선으로 신을 표현하거나 귀신을 부르는 의식에서 레이저 조명을 활용한 작품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 태국 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등을 고찰한 ‘죽음을 위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선 청바지를 활용한 아룬나논차이의 회화작품들이 소개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연작 ‘역사 회화’의 일부인 이 작품들에서 청바지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와 노동의 역사를 의미한다. 작가는 청바지를 표백한 다음 이것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 뒤 불에 태운다. 그리고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다음, 불에 타고 남은 그림과 재를 결합해 다시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품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작업 과정 덕분이다. 그의 작품에서 불은 문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시장 바닥 또한 불에 탄 듯 갈라져 굳은 재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는 ‘국내 여행’전이 열린다. 강요배, 박대성, 유근택 등 국내 화단의 유명 작가들의 회화 작품은 물론이고 제주 오름을 평생 찍은 사진가 김영갑, 전국의 산과 산악인을 기록한 김근원의 사진 작품을 통해 국내 여행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영화감독 김종관, 무대미술가 여신동도 참여했다.

‘국내 여행’전에서 석굴암과 불국사를 표현한 박대성 작가의 ‘불밝힘굴’(2009년). 피크닉 제공
박대성의 작품 ‘불 밝힘 굴’로 시작한 전시는 유근택 작가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던 길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기록한 대작 ‘풍경의 속도-서울에서 유성까지’로 이어진다. 산을 오르며 기록한 김영일의 영상 ‘평창의 산’, 김근원의 사진 ‘산과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다. 김근원의 사진에서는 일제 강점기 훼손된 한국의 산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후반 시작된 근대 등산 문화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1만5000∼1만8000원.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 작가 장 쥘리앵의 회고전 ‘그러면, 거기’ 전경.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제공
현대인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일러스트 작가 장 쥘리앵의 ‘그러면, 거기’전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회고전인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의 스케치북 100권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스케치북에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일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기록한 드로잉이 담겼다.

쥘리앵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비판적”이라 자평하면서도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온갖 전자 기기의 전선에 얽매인 사람, 사다리 형태의 월요일(Monday) 글자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남자 등 언어유희를 가미한 재치가 돋보인다. 색감이 화려하고 포토존이 될 만한 대형 벽화가 많아 어린이도 즐길 만한 전시다. 24일까지. 1만3000∼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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